봉급이나 상여금 반납하는 최고 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봉급이나 상여금을 반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개는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 최고 경영자가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전체 종업원들의 사기를 높이거나 주주들에게 CEO의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것이다.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한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보수 반납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회사 경영실적이 좋은데도 박애주의 정신으로 그런 일을 하는 CEO가 있기도 하고 민간기업 CEO 말고도 공직자가 봉급을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CEO들은 봉급은 반납한 뒤 경영실적이 좋아지면서 상여금이나 스탁옵션의 방식으로 희생이 보상되는 경우도 있다.
애플 컴퓨터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회장은 회사를 떠났다가 지난 97년 애플에 복귀했을 때 연봉 1달러만 받기로 했다. 그는 회사를 다시 살려내는데 일익을 담당했으며 지난해에는 이사회가 그의 공로를 인정, 2,000만주의 스탁옵션을 주기도 했다.
최대 규모의 온라인 증권회사인 찰스 슈왑의 대표 찰스 슈왑은 지난해 4/4분기 경영실적이 악화되자 올해부터 봉급을 절반으로 스스로 깎았다. 다른 임원들도 5~20% 봉급이 깎였다. 이 같은 조치는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 회사를 꾸려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취해졌으나 찰스 슈왑은 경영난으로 결국 지난달 13%의 직원을 올해 말까지 해고하기로 하는 뼈아픈 결정을 내려야 했다.
휴렛 패커드의 칼리 표리나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의 약속된 상여금 62만5,000달러를 반납했다. 이 같은 발표에 곧이어 일반 근로자의 봉급 인상이 연기됐고 1,700개 일자리가 없어졌다. 회사 안팎에서는 표리나의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지만 일각에서는 그녀의 연봉 210만달러는 전혀 손상되지 않았으며 주식 200만주도 그대로 갖고 있는 점을 들어 CEO의 희생이 그렇게 값진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나타내기도 했다.
기업 경영자들이 장사가 안될 때만 봉급을 반납하는 것은 아니다.
펩시코의 로저 엔리코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 3년간 연봉을 1달러씩만 받고 있다. 그는 받아야 할 돈을 모두 펩시코의 하위직 근로자 자녀 장학금으로 쓰도록 했다. 산업현장에서 회사를 위해 애쓰는 ‘영웅’들을 위해 자신의 연봉이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펩시코는 최근 동종업계 기업들이 따라잡기 힘든 고도의 성장을 하고 있다. 봉급 받기를 거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는 영업실적을 높인 공로로 지난해 전년대비 4%나 많은 400만달러의 상여금을 받았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만 봉급을 반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LA시의 경영자인 리처드 리오던 시장은 시장으로 취임한 지난 93년부터 매년 1달러씩만 연봉으로 받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시장 취임 이전 변호사 업무와 투자로 이미 수백만달러의 돈을 벌어 더 이상 돈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시장으로 일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보상을 받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일부 CEO들은 어려운 시기에 기업을 살리려는 노력에 대한 보상을 더욱 확실히 받기 위해 스탁옵션의 조건을 수정하는 등의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경영자문회사인 ‘윌리엄 머서’ 조사로는 지난해 미국 350개 대기업 CEO들의 평균 봉급 및 상여금 상승률은 10%로 이들이 받은 평균 봉급 및 상여금은 184만4,429달러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임금근로자들의 봉급은 4.2% 증가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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