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는 여자들이 좋아할 여자친구의 모습을 지녔다. 너무 여자스럽지도 않고 서글서글하고 편안한 그녀는 까탈스러움이나 내숭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늘 성격 좋은 배역을 맡았다. 처지야 어떻든 밝게 웃고 툭툭 떨어버리는 낙천성이 악역이나 비극과는 어울리지 않는 까닭이다.

이 드라마도 원래는 비극이라 할 수 있건만 그녀는 한숨쉬고 눈물짓는 멜러적 여인상 대신 미소를 잃지 않는 꿋꿋하고 명랑한 여주인공이다.

가난도, 약혼자의 죽음도, 그리고 미혼모라는 처지도 그녀를 찌그러 뜨리진 못한다. 고난으로 인해 그녀는 더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여자인 것이다.

흔히 비극의 여주인공들이 주는 답답한 느낌이 그래서 그녀에게는 없다. 운명에 끌려다니는 나약함 대신 말괄량이 같은 모습으로 활달하게 사는 그녀는 보는 이의 마음을 밝게 만든다.

박진희의 외모는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요리조리 예쁘게 꾸미고 치장한 얼굴이 아니라 시원하게 탁 풀어놓은 분위기인 것이다. 그래서 짙은 화장이나 공주 같은 차림새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수수하면서도 편안한 이미지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그녀다움을 살린다.

웃을 때의 천진스러울만큼 귀염성 있는 표정은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인데 특히 위로 말려 올라가는 입매가 예쁘다. 그리고 끝이 약간 처져보이는 눈은 그녀의 인상을 순하고 부드럽게 하는데 이 눈끝이 만들어 내는 눈웃음은 그녀를 앳되게 보이게 하는 비밀이다.

그래서 십대를 벗어난 그녀가 여고생으로 나와도 전혀 부자연스럽지가 않은 것이다.

이번의 드라마는 그동안 <하면 된다>같은 코믹영화에 나올만큼 쾌활한 캐릭터로 일관했던 박진희에겐 분명 새로운 역할이다. 그리고 슬픈 멜러를 미소로 버무려내는 그녀의 모습은 신선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이제는 멜러의 주인공도 달라지고 있다는걸 그녀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남궁설민(파티나 의원장, 성형미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