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팔만대장경’의 LA 공연이 결국 취소됐다. 공연사인 현대극장측은 남가주의 월드컵 후원회가 양분돼 있어 더 이상 공연을 추진할 수 없다며 포기의사를 밝혔는데 7만 달러에 달하는 정부 지원을 받아가며 추진돼 왔던 이 사업은 이로써 후원회 관계자들 사이의 감정싸움만 부채질한 채 아무 성과 없이 끝나고만 셈이다.
이번 해프닝을 지켜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공연을 하는 현대극장도 그렇다. 이 사업 추진이 하루 이틀 전에 시작된 것도 아닌 데 후원회가 둘이란 이유로 공연을 2주 남겨 놓고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애당초 현지 사정에 너무 어두웠거나 불성실하게 일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남가주 월드컵 후원회와 LA한인회 간의 알력이다. 2002년 한국과 일본에서 열릴 월드컵 대회를 가지고 LA에서 후원회를 조직해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도 토론해 볼 문제인데 그 단체를 서로 자기가 하겠다고 한인들끼리 아우성을 치는 모습은 꼴불견이다. 더군다나 먼저 단체가 구성돼 있는데도 LA 한인회가 뒤늦게 나타나 자기가 이를 하겠다고 나서는 행위는 이것이 순수봉사 단체인지 이권단체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한다.
LA총영사관도 마찬가지다. 당시 박세직 월드컵 조직위원장이 LA에 와 총영사관저에서 각계 인사를 불러 후원회를 조직해 놓고 간 후 박 위원장이 교체되자 ‘나 몰라라’식의 발뺌으로 일관, 사태가 복잡해지는 빌미를 만들었다. 한국에서 위원장이 교체되면 LA 후원회도 멤버가 자동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한국 조직위의 공문이 없다’는 이유로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무튼 이번 공연 취소로 인해 금전적 손실은 물론 공연 주최측이나 한인사회 모두 크레딧에 큰 손상을 입게 됐다. 몽고족의 침입을 불심으로 막아내기 위해 온 민족이 한 마음이 돼 만든‘팔만대장경’ 공연을 놓고 LA 한인사회가 자중지란을 일으켜 망신을 자초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앞으로도 한민족은 물론 세계인의 축제인 2002년 월드컵 관련 행사를 놓고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월드컵 후원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 한 단체로 통합하든가 아예 후원 단체를 해체하는 것이 LA 한인사회나 월드컵의 이미지를 위해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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