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가을철의 추석과 봄철의 한식날에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도 하고 차례도 지낸다. 가족이 묘 앞에 둘러앉아 돌아가신 분들의 훌륭했던 생을 회고하며 교훈을 얻는 미풍양속이다.
미국인들은 추춘절에 해당하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를 아예 연휴로 지킨다. 한국의 추춘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본래 기독교의 부활신앙을 기초로 했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 여름철 휴가시즌을 여는 첫 연휴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주말이 바로 메모리얼 데이 연휴다. 묘지마다 꽃으로 장식돼 산 자와 망자의 영원한 유대관계가 돋보인다. 평소 묘지를 자주 찾지 않는 유가족도‘제삿날’과 메모리얼 데이에는 대개 들른다.
해마다 메모리얼 데이가 되면 북부 시애틀의 에버그린 와사리(오로라와 130가)에 있는 일본인들 묘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성묘객들이 북적대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예 묘지를 연간 상봉장소로 정해두는 이산가족도 있다고 들었다. 꽃만 달랑 놓고 가는 미국인들에 비해 일본인들은 조상숭배와 내세에의 기원이 두드러져 보인다. 진심에서 울어나는 존경심으로 추모의 정을 나누는 모습이 부럽도록 감동적이다.
메모리얼 데이는 말 그대로 추모하고 추억하는 날이다. 은퇴한 노교수를 찾아“저를 기억하시나요?”라고 물었더니“나는 우수했던 학생만 아니라 말썽꾸러기 낙제생도 잊지 않고 있지요!”라고 대답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추억은 모두 소중한 것이다.
미국에 이민 온 한인들도 대부분 미국식으로 메모리얼 데이를 지킨다.부모나 친지의 묘지를 찾아 묘비 앞에서 옷깃을 여미고 망자를 위해 기도하거나 경의를 표한다. 이민역사가 길어질수록 메모리얼 데이에 묘지를 찾는 한인들의 수도 늘어날 것이다.
고 이창희 선생처럼 한인사회의 존경을 받는 인사들의 묘지에는 이날 유난히 참배객이 많다. 반대로 욕을 바가지로 듣고 심한 경우 침까지 덮어쓰는 묘비도 있다. 메모리얼 데이는 분명히 망자가 얼마나 훌륭하게 생을 마감했느냐를 판단 받는 날이다. 악명을 남기고 세상을 뜨지 말아야한다는 교훈을 바로 메모리얼 데이는 주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자기의 성공을“생존하는 이웃과 작고한 선조들의 덕”으로 돌렸다.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인 한국인과는 다르다. 어차피 산 자와 죽은 자의 영원한 유대는 인간 본연의 소망이다.
미국의 추춘절은 바로 선조들과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 이창희 선생처럼 아쉬운 인사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1868년 버지니아주의 알링턴에서 공식화됐지만 그보다 4년전 펜실베니아, 미시시피, 아이오와주에서 전사자들을 위한 기념탑이 세워지면서 유래됐다고 한다.
오는 메모리얼 데이에는 옷깃을 여미고 고인의 덕담을 자녀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춘추절의 참뜻을 깨우쳐주자. 아울러 동포사회에서‘죽은 뒤에도 존경받는 인사’가 되도록 스스로 다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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