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손 떨림 이전에 나타나는 후각 상실 대표적
▶ 렘수면 행동장애·만성 변비·기립성 저혈압
▶ 전문가들 “비운동성 증상이 전구기 핵심 지표”
▶ 여러 증상 동반시 위험… 조기상담·관리 중요
많은 사람들은 손 떨림을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경고 신호로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떨림 외에도, 특히 운동 변화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증상들이 훨씬 더 이른 시기에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안정 시 떨림(resting tremor) 은 파킨슨병 진단에 필수적인 요소조차 아니다. 전체 파킨슨병 환자의 최대 20%는 이러한 떨림 증상이 없다. 마이클 J. 폭스 파킨슨병 연구 재단의 수석 의학 자문이자 신경과 전문의인 레이철 돌훈 박사는 “파킨슨병은 움직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흔히 운동 질환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운동과 무관한 증상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우리는 오랫동안 파킨슨병을 단순한 운동 질환으로 여겨왔지만, 이제는 신체 전체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 운동 증상보다 훨씬 이전에 나타나는 특정 증상들파킨슨병은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신경계 질환 중 하나로, 2050년까지 환자 수가 2,5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환자의 약 10~15%는 유전적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치료를 통해 증상을 관리할 수는 있지만 완치법은 없으며, 다만 운동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파킨슨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
파킨슨병을 진단할 때 신경과 전문의들은 일반적으로 운동이 느려짐, 근육 경직, 안정 시 떨림 과 같은 특징적인 운동 증상을 확인한다. 그러나 변비나 후각 상실과 같은 비운동성 증상은 이러한 운동 변화보다 10년 이상 앞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처럼 질병이 서서히 시작되는 초기 단계를 ‘전구기(prodromal phase)’라고 부른다.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학교 신경과·신경외과 교수인 로널드 포스투마 박사는 “파킨슨병은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린 질환이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느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며 “질병은 해마다 뇌 속에서 진행되다가, 의사들이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담당하며 움직임과 협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 운동 증상이 나타날 즈음이면, 뇌간에 위치해 자발적 움직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흑질 내 도파민 신경세포의 50~70%가 이미 사멸한 상태다.
지난 20년간 연구자들은 파킨슨병 전구기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에 대해 큰 진전을 이뤄왔으며, 언젠가는 이를 통해 더 이른 진단이 가능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돌훈 박사는 “이러한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파킨슨병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 증상들이 가장 초기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후 파킨슨병 진단을 받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먼저 나타나는 4가지 초기 증상이다.
■ 후각 상실냄새를 맡지 못하는 상태인 무후각증(anosmia) 은 감기나 부비동 감염 후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코로나19 이후 영구적인 문제로 남기도 한다. 그러나 파킨슨병 환자의 90% 이상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후각을 잃는다. 이 증상은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심지어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될 수 있다.
포스투마 박사는 “후각 상실은 파킨슨병 진단 약 20년 전에 이미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각을 잃은 사람들은 향후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약 5배 높다”며 “냄새를 감지하고 구별하는 능력이 점점 사라지지만, 변화가 매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파킨슨병에서 왜 후각 상실이 가장 이른 증상 중 하나로 나타나는지, 그 정확한 원인을 아직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한 가설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실제로 후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후각망울에서 시작되며, 이곳에서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에 거주하는 40세 이상 성인 중 파킨슨병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은 마이클 J. 폭스 파킨슨병 연구 재단을 통해 무료 ‘스크래치 앤 스니프(scratch-and-sniff)’ 후각 검사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검사는 후각 상실을 통해 아직 파킨슨병이 발병하지 않았지만 향후 위험이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을 파악하기 위한 뇌 건강 연구의 일환이다.
■ 꿈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김일반적으로 사람의 몸은 가장 생생한 꿈을 꾸는 수면 단계인 렘(REM) 수면 중 거의 완전한 마비 상태에 들어간다. 그러나 렘수면 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는 이러한 마비가 사라져 꿈의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만성 질환이다. 이들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거나, 혼잣말을 하거나, 심지어 잠자는 파트너를 때리거나 발로 차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렘수면 행동장애를 가진 사람의 50~70%는 평균 5~10년 이내에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와 같은 관련 질환을 진단받는다. 특히 50세 이상에서 이 장애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파킨슨병 발병 가능성이 130배 높다.
만약 꿈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의사와 상담해 수면 검사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진단을 받은 사람은 파킨슨병 및 관련 질환의 발병을 지연하거나 예방하는 치료법 개발을 목표로 하는 북미 전구성 시누클레인병(NAPS) 컨소시엄 등록부에 참여할 수 있다.
■ 변비변비는 미국에서 매우 흔한 소화기 증상으로, 대개는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수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변비는 파킨슨병 환자의 3분의 2에서 나타난다. 파킨슨병은 소화관을 따라 분포한 신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연구 결과 파킨슨병 환자의 장 신경세포에서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9개 연구를 종합 분석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설문조사나 의료진 진단을 통해 변비가 확인된 사람은 변비가 없는 사람보다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2배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51~75세 남성 6,790명을 24년간 추적했는데, 하루에 한 번 미만으로 배변하는 사람들의 파킨슨병 위험이 더 높았다.
포스투마 박사는 “20대나 30대에 변비를 겪는 사람조차도 30~40년 후 파킨슨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우리는 질병이 장을 조절하는 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아니면 변비 자체가 파킨슨병의 위험 요인인지 질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 일어설 때 어지럼증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은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설 때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으로, 어지럼증이나 현기증, 심한 경우 실신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가벼운 탈수, 저혈당, 과열 등으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만성적이고 지속적인 기립성 저혈압은 보다 심각할 수 있다.
포스투마 박사는 “탈수, 약물, 심장 문제가 아닌 신경학적 원인일 경우, 이러한 환자의 약 절반은 파킨슨병이나 관련 질환으로 발전한다”며 “이는 매우 높은 위험 요인이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경학적 원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기립성 저혈압을 파킨슨병 전구기의 한 특징으로 보고 있으나, 다른 지표들만큼 근거가 강력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는 특별한 원인이 없는 기립성 저혈압 환자 79명 중 18명(23%)이 10년 추적 관찰 후 파킨슨병 또는 관련 질환 진단을 받았다.
■ 전구기 지표가 의미하는 것현재로서는 이러한 전구기 지표들만으로 파킨슨병을 확정적으로 예측할 수는 없으며, 다른 원인이나 질환 때문일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여러 지표가 동시에 나타나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존스홉킨스 의대 파킨슨병 및 운동장애 센터 소장인 켈리 밀스 박사는 “이러한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향후 파킨슨병 위험은 크게 증가한다”며 “예를 들어 변비, 후각 상실, 꿈을 행동으로 옮기는 증상이 함께 있다면 각각의 위험 요소가 더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평가 없이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는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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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ri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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