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정부 보조 생활비 기부하는 장애인 한윤학씨
한윤학(47ㆍ서울 중랑구 상봉동)씨는 매달 일정금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그가 내는 돈은 한 달에 2만원. 그다지 많은 액수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한씨 자신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장애인인 그의 수입은 한 달에 22만원, 정부로부터 받는 생활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 자신은 "액수가 적어 기부한다고 말할 만큼도 못된다"고 하지만, 한달 버는 돈의 10%를 기부하는 셈이다.
한씨가 장애를 가지게 된 것은 16년 전. 버스 기사로 일하던 중 뇌졸증으로 쓰려져 왼팔과 왼다리에 마비가 왔고 오른쪽 눈도 실명했다. 미혼이었던 그는 몇 년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보증금 100만원, 월세 5만원짜리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한씨가 기부를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해 설 때 한 자선단체에 관한 방송을 보고 나서다. 자신보다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과 그들을 위해 애쓰는 자선단체 회원들의 활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시내에 있는 단체 사무실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벌이고 있는 기부 활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건강할 때는 몰랐는데 장애가 생기고 나서부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마음이 아플 수 없었다"는 그는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을 보고 작은 도움도 모으면 큰 힘이 된다는 것에 용기를 냈다"고 한다.
기부를 하고 난 후 한씨는 "경제적으로는 약간 부담이 되지만 마음은 더 아름다워졌다"고 말한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남을 도와주다니 정말 대단하다. 나도 적은 액수나마 기부를 해야겠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작은 행동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있다.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합하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그의 말은 함께 사는 세상에 관한 그 어떤 구호보다 호소력 있게 들린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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