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낮과 밤이 분명한 도시다. 낮에는 양복을 차려입은 백인들과 관광객으로 붐비지만 해만 지면 길거리에서 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 교외로, 호텔로 썰물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LA의 사우스 센트럴을 뺨치는 흑인 밀집지대가 백악관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고 인구당 살인율이 미 대도시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들도 마찬가지다. 워싱턴 일대의 세탁소는 90%가 한인들이 운영하고 있지만 도시 안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DC에서 남쪽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버지니아주의 애넌데일이 한인 사회 중심지다. LA 올림픽가에 해당하는 리틀 리버 팍웨이를 따라 한인 상가와 식당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몰 전체가 한인 점포로 찬 곳도 하나 둘이 아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볼 수 없던 풍경이다.
통상 미국에서 한인들이 많이 사는 3대 도시로 LA와 뉴욕, 시카고가 꼽혔다. 그러나 리틀 리버 팍웨이를 따라 달려 보면 이같은 통념이 옛날 이야기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센서스 자료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미국내 한인타운 1번지인 LA와 2번지 뉴욕은 변함이 없지만 3위인 시카고는 지난 10년간 미국 대도시중 유일하게 한인인구가 감소, 5위로 밀렸다. 반면 워싱턴 일대와 샌프란시스코 주변은 각각 인구 7만4,000과 5만7,000으로 3,4위로 올라섰다. 워싱턴 한인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최근 이주자중 상당수가 시카고 출신으로 한겨울이면 영하 수십도씩 내려가는 시카고보다 한국과 기후가 거의 비슷한 워싱턴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센서스에 나타난 한인인구 이동 현상을 살펴보면 한가지 뚜렷한 패턴이 있다. 시카고(-14%)나 노스다코타(-21%), 미네소타(+8%)등 겨울 날씨가 추운 곳은 인구가 줄어들거나 거의 늘지 않은 반면 조지아(+88%), 텍사스(+43%), 플로리다(+54%), 네바다(+75%)등 따뜻한 곳은 급증세를 보인 것이다. 날씨는 단순히 ‘살기 좋다’는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날씨 영향을 받는 자영업 종사자가 많은 한인으로서는 수입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DC 한인 대다수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50%), 이와 인접해 있는 노스캐롤라이나(+73%)도 마찬가지다. 특히 버지니아는 10년 전까지 역시 DC를 접하고 있는 메릴랜드에 인구수에서 밀렸으나 이제는 오히려 이를 앞지르고 있다. 값이 싸면서(연 학비 3,000달러) 평판이 좋은 명문대학이 많아 메릴랜드 한인들도 보따리를 싸 넘어온다는 것이다.
이번 센서스 결과를 보면 향후 10년 후 한인 인구 분포가 어떻게 변할지 짐작이 간다. 한인들의 선호도가 10년 후라고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뜻하고 교육환경이 좋은 주는 인구증가를, 그렇지 않은 주는 감소를 경험할 것이다. 타주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10년 후 자기가 살 곳 한인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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