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esh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페르시아어 arte?에서 온 말로, 정규군 혹은 육군을 뜻한다. 그러니까 이란 회교공화국 정규군의 명칭이다.
수 만 명의 시위자들이 학살됐다. 뒤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펼쳐졌다. 이란으로서는 국난(國難)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런데도 이란 정규군 Artesh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하루가 멀다고 외신에 등장하는 단어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다.
이란은 2중 군사 체계를 운용한다. 하나는 오랜 과거부터 국가를 지켜온 정규군, Artesh이고, 다른 하나는 회교신정(神政)체제를 수호하는 혁명수비대, 즉 IRGC다.
Artesh는 회교공화국 수립이전부터 존속해온 반면 IRGC는 이란 이슬람혁명 직후인 1979년 5월에 창설됐다. 호메이니는 이슬람혁명을 일으킨 뒤 기존 팔레비 왕조 때부터 있던 군부를 믿지 못해 집권세력을 수호하기 위해 이 같이 별도의 군부대를 창설한 것
나치의 친위대(SS)와 비유될 수 있는 IRGC는 이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란 전제 경제의 3분의1 이상을 소유하면서 동시에 부패에 찌들대로 찌들었다.
그러면서 시위가 벌어지면 자국민을 무차별 진압해왔다. 지난 1월 8일과 9일 무려 3만5000명이 넘는 이란국민을 학살한 것도 바로 이슬람혁명수비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맞아 반격도 거의 전적으로 혁명수비대가 수행하고 있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 호르무즈해협 봉쇄, 중동 전역에서의 동시다발 공격에 이르기까지 전면에 나선 건 혁명수비대다. 정규군 Artesh는 들러리 역할이나 맡고 있다.
혁명수비대 창설과 함께 기존의 정규군, Artesh는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병력 수는 혁명수비대보다 많다. 그러나 모든 특권은 혁명수비대가 차지하고 있다.
이 두 조직은 명령 체계, 작전 범위, 정치적 위상까지 철저히 분리돼 있다. Artesh는 정치적으로 중립이고 첩보활동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반면 혁명수비대는 해외 테러지원, 미사일 개발, 국내탄압을 위한 민병대 조직화에, 실질적 전쟁 작전수행, 또 핵무기 개발도 진행해왔다.
전쟁이 났는데도 그 존재감은 미미하다. 그런 Artesh관련 기사가 최근 들어 종종 서방언론에 보도된다. ‘이란국민 학살사태와는 거리가 멀다’, ‘Artesh병사들은 굶주리고 있다’ 등등.
그런데다가 혁명수비대는 정규군인 Artesh를 대놓고 무시, 부상 Artesh병사 후송조차 거부하고 있다는 것. 이런 정황에서 이란 정규군의 부대 단위 집단 탈영도 보도되고 있다.
혁명수비대가 종교 이데올로기로 결속된 광신적 군사정치집단이라면 Artesh는 직업군인 집단이다. 홀대받고 있는 Artesh의 이 같은 동태에 서방언론들은 점차 주시하고 있다. 불만에 찬 직업군인들의 대대적 이탈은 ‘시위자들의 무장 세력화’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에서인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타격은 일관되게 혁명수비대 기지, 미사일 시설, 해외공작 전담 쿠드스군, 또 국내를 통제하는 바시즈 민병대 거점 등을 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Artesh 시설은 비켜간다. 왜?
‘혁명수비대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오랫동안 소외된 Artesh를 자극한다. 그럼으로써 두 군사조직 간의 반목과 긴장을 적극 유도, 체제 내부의 균형이 크게 흔들리게 한다. 그런 정황에서 생필품 공급마저 흔들리고, 화폐는 휴지가 된다. 결국 시민들은 또 다시 거리로 뛰쳐나온다.’
이런 상황이 오면 바시즈 민병대가 내부를 통제하고, 혁명수비대가 전선을 유지하더라도, 정규군인 Artesh가 총구를 돌리는 순간 균형은 일시에 무너진다. 바로 이런 사태를 미국과 이스라엘은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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