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강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그 장면을 취재해 보도하는 게 먼저인가, 아니면 물 속에 뛰어들어 먼저 인명부터 구조해야 하는가’
사건 사고를 보도해 알리는 기자의 임무와 관련해 흔히 던져지는 넌센스성 질문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실천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북한 탈주민들의 참상을 보도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 기자의 경우다.
뉴스위크지의 히데꼬 다카야마 기자는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기근과 김정일 체제의 숨막히는 억압 등을 피해 북한을 탈출한 연변의 탈북자 참상을 보도하면서 그녀 자신이 한 탈북자 가정을 서방으로 탈출시키는 과정에 직접 참여한 사실을 밝혔다.
다카야마 기자는 북한으로 송환되면 인간으로서 참기 어려운 고통과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는 참담한 실상을 같은 인간으로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 탈북자 망명을 도왔다고 밝혔다.
탈북자들의 참상을 목격하게 되는 사람들은 대체로 공통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첫 단계는 대개가 ‘설마’에서 시작된다. 그러다가 참상을 직접 목격하면 한결같이 ‘경악’한다. 설마 했는데 21세기의 밝은 세상에도 실제 그 같이 끔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그 다음의 단계의 반응은 분노다. 탈북자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이 너무나 엄청난 데서 나타나는 분노다. 도대체 하늘 아래에서 인간이 이런 참상을 당할 수 있는가 하는, 인류로서의 분노가 치미는 것이다. 일종의 반인류적 범죄에 대해 끓어오르는 분노다.
탈북자 이야기로 LA 한인사회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논란의 초점은 그런데 탈북자들의 참상이 아니었다. 밀입국자로 붙잡힌 김순희라는 여성이 진짜 탈북자냐, 아니냐가 논쟁의 포인트였던 것. 김순희씨가 탈북자임이 거의 확실시되는 모양이다. 한국의 탈북 여성모임인 진달래회 회장 장인숙씨가 김여인이 본인 말대로 ‘함북출신’임을 확신한다고 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전문가의 검증을 받은 셈이다.
참 다행이다. 포인트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면 탈북자들의 참상은 가려지고 또 일부에서는 탈북자는 자칫 ‘사기꾼’ 인상을 줄 소지도 있었으니까 하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 이 보도가 나가고 독자들이 읽는 이 순간에도 수백, 수천명의 북한 주민이 목숨을 걸고 탈출을 하고 있고 또 수많은 북한 탈주자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현지에서 탈주자들을 돕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김순희 여인 사건의 엇갈린 보도 해프닝은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어찌됐든 탈북자들은 우리 주변 가까이에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케 해 그만큼 그들이 맞은 참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의 고통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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