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시각
▶ 로버트 케이건 (워싱턴 포스트)
‘실패한 유럽 외교’라는 일부 신문 제목에도 불구, 부시는 이번 유럽 순방을 통해 많은 것을 이뤘다. 한번 유럽에 갔다옴으로써 미국과 유럽의 시각차를 좁힌 것은 아니지만 부시의 업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미국과 유럽간의 외교적 위기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유럽인들이 미국이 없으면 자기들끼리 싸우기 바쁘다. 그러나 부시는 이번 순방에서 21세기 세계 신질서에 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부시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걸을 것을 주장하는 공화당내 보수파들의 주장을 물리쳤다. 미국이 우방의 협력 없이 미사일 방위 체제등 독단적인 행동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미국은 유럽의 우방이며 친구지 독선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부시는 밝혔다.
부시는 또 발칸등 유럽에서 무조건 발을 빼기를 원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보좌관등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앞으로도 이 문제에 관해 유럽과 공조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그는 또 유럽을 미국의 주 경쟁자로 여기려는 당내 강경파의 주장 또한 기각했다. 그럼으로써 그는 미사일 방위체제에 관해 영국은 물론 체코, 헝가리, 폴란드, 터키등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불평을 하기는 했지만 이는 예상된 일이다. 언제 이들이 미국이 하는 일에 순순히 찬성한 적이 있던가. 러시아의 푸틴 마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순방은 유럽 지도자들에게 미사일 방위체제를 수용케 하는 전기가 될 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것은 나토의 확대에 관한 발언이다. 부시는 “발트해에서 흑해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모든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은 안전과 자유를 누릴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앞으로는 강대국의 이익을 위해 약소국을 짓밟는 “제2의 뮌헨이나 얄타회담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발트해 연안 3국에서는 부시의 발언에 고무돼 샴페인 병마개가 터지고 있다. 부시는 거의 이들의 나토 가입을 환영한 셈이다. 각료 중 나토의 확대를 지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대통령이 이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부시 대통령이 지금까지 유럽 문제에 경험도 없고 관심도 없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부시가 유럽 방문을 통해 이룩한 업적은 상당한 것이다. 부시는 유럽과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정치적 전략적 미래를 제시했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 혼자 이룰 수 있는 미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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