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사들에 대한 탈세 수사가 날이 갈수록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여당이 언론개혁 의지를 밝힌 이후 국세청이 언론사의 탈세혐의를 장기간 조사해 왔고 그 결과 탈세액 추징과 언론사 및 사주의 검찰 고발이라는 후속조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가장 큰 처벌이 내려진 일부 언론사는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야당은 언론 탄압이라고 정치쟁점화 하고 있다.
언론사에는 신문과 방송이 포함되는데 이번 언론사태에서는 방송과 신문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리 나타나고 있다. 언론사 세무사찰에 대해 일부 신문이 반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방송들은 오히려 정부편을 들어 신문을 두들겨 패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방송사에 대한 처벌이 가볍게 나왔다.
또 정부가 방송을 정부편으로 만들어 키워주고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을 죽이기로 한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야당이 주장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 일부 신문과 방송의 싸움을 보면 초록이 동색이라는 말이 무색하고 콩깍지가 콩을 삶는 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언론과 정치, 특히 정부와의 일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되었던 사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정치세력과 언론은 민주화 과정에서 독재권력을 무너뜨릴 때까지는 충돌할 위험이 없었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민주화 세력은 정치권력을 맡게 되었고 언론은 그 비판세력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언론은 속성상 권력을 비판할 때 존립할 수 있다. 권력에 아부하거나 영합하는 언론이 존립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언론은 권력의 비판에 그치지 않고 권력의 창출에 관여하면서 또다른 권력으로 전락하였고 그 결과 권력투쟁에 휩쓸리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언론사는 두 가지의 상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하나는 사실 보도와 정론을 펴는 공공기능이며 다른 하나는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독자들에게 사실을 전하고 시시비비를 가릴 때는 진실과 사회정의를 찾으면서도 사업상 이익을 추구할 때는 다른 기업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사업은 어디서나 유리알처럼 투명할 수는 없다.
특히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 치고 세금을 적게 내려고 노력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멀쩡하게 돈 잘 버는 의사와 변호사들이 월수입 몇십만원이라고 버젓이 속이는 곳이 한국이다. 그러므로 기업마다 비리가 없는 곳이 거의 없고 언론사라고 경영비리가 없을 수 없다. 다른 기업과 비교할 때 언론사의 비리를 가혹하게 다룬다면 언론탄압이라는 오해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DJ 정부는 상극관계에 있는 일부 언론사에 정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번 세무비리로 해당 언론사의 위상은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봐라, 세금을 속이고 부정한 짓을 한 신문과 언론사주가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식이다. 그런 언론이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 국민들이여, 이들에게 돌을 던져라”고.
그러나 언론의 보도 및 비판 기능과 경영비리는 별개의 문제이다. 회사의 경영상 비리가 있다고 하여 그 회사의 제품이 불량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우그룹이 엉터리 경영으로 도산 위기에 처했고 국가경제를 어렵게 했지만 대우자동차가 사고를 내는 불량 자동차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언론사가 탈세를 했고 언론사주가 여자문제 등 비리에 연루되었다고 하더라도 보도와 비판이라는 언론 기능은 그대로 남는다.
야당의 주장처럼 이번 언론 세무 파동이 보수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남북대타협을 이룩하려는 술책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정치적 의미가 있다면 시간이 흐른 뒤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런 일을 또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답답할 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