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상황
▶ 신속 단호한 응징 성공여부, 입지강화 - 정치적 나락 판가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입성 이후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를 맞았다.
미국의 심장부를 겨냥한 최악의 테러사건이 그를 정치적 나락으로 끌어내릴지, 아니면 초 최고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줄 기회로 전환될지는 전적으로 그의 선택과 능력에 달려 있다.
그가 직면한 첫 번째 과제는 ‘응징’이다. 단호하고 신속한 응징으로 미국인들의 들끓는 분노를 해소시켜 주어야 할 ‘정치적’ 필요가 있다. 미국인들의 공분을 어느 정도 풀어주느냐는 그의 정치생명과도 직결된다.
그러나 응징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우선 상대가 분명치 않다. 상대가 누구이건 흠씬 두드려줄 ‘화력’을 갖고 있지만 누구를 때려야 할지 모호한 게 문제다.
미국의 정보기관은 이번 테러사건의 배후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테러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고 있다. 그는 회교 근본주의 단체 알-퀘이다를 이끄는 ‘백만장자’ 테러리스트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범행을 사주한 테러세력은 물론, 테러집단을 비호하는 국가"까지 응징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는 빈 라덴을 거두어들인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까지 사정권에 두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말하자면 싸움의 상대를 ‘확대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기세에 아프가니스탄이 지레 겁을 집어먹고 빈 라덴의 신병을 인도한다면, 그 다음의 수순도 문제다. 라덴의 신병을 인도 받는 선에서 끝내기엔 수퍼파워 미국이 받은 타격이 너무 크다. 테러리스트 한 명을 벌주는 것으로 ‘국민 정서’를 만족시키기 힘들다.
물론 아프가니스탄이 라덴의 신병 인도를 거부할 경우 대응수위 결정도 만만치 않다. 아프가니스탄의 라덴 거점에 미사일을 퍼부었다가 엄청난 민간인 피해를 낸다면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도박이다. 구 소련이 아프간 반군을 격멸하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했다 호된 시련을 겪었던 전례도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응징의 명분을 쥐고 있기 때문에 군사행위 자체에는 별 부담을 느끼지 않지만 그림자 같은 상대를 어떻게 구체화시켜 속 시원히 두드릴 것인지에 앞으로의 정치생명이 달려 있다. 부시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를 이겨내 ‘영웅’의 반열에 오른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뒤를 이을지, 이란 미국인 인질사건으로 완전히 스타일을 구긴 지미 카터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지는 이번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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