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방위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노스롭사의 1990년 연례보고서 표지를 보면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노스롭은 B-2 폭격기 그 자체였다. 날개가 박쥐처럼 생긴,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폭격기인 B-2는 당시 연간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노스롭은 연방의회가 B-2 폭격기 주문을 당초 계획했던 75대에서 21대로 크게 삭감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노스롭 그루먼으로 회사이름이 바뀐 이 회사는 1991년 록히드 마틴사와의 경쟁에서 패배, F-22 전투기를 생산하는 계획이 차질을 빚었고 지난 1996년에는 엄청난 규모의 차세대 전투기 JSF 프로그램 입찰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노스롭 그루먼이 요즘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굳이 꼽는다면 조인트 스타스 정찰제트기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이 정찰제트기는 구식 보잉 707기에 각종 전자감지장비를 장착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노스롭 그루먼 전체매출의 5%에 불과하다.
그러나 특별하게 내세울 만한 무기프로그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스롭 그루먼은 현재 업계의 총아로 불리우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천명한 대대적인 개혁에 한걸음 앞서 있기 때문이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데이터와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 목표물 확인 후 수 분 혹은 수 초내에 적중시킬 수 있는 ‘스마트’무기가 미래전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믿고 있다.
실수의 결과였는지 아니면 의도적이었는지간에 여하튼 노스롭 그루먼은 B-2 폭격기같은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무기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대신 미래전 무기의 눈과 귀역할을 할 감지장비를 제작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노스롭 그루먼이 주력하고 있는 신무기는 레이더, 전가감지장치, 레이더 교란장치, 무인정찰기 및 복잡한 컴퓨터시스템들을 함께 연결할 소프트웨어들이다.
노스롭 그루먼의 선회는 럼스펠드의 구상에 꼭 부합하는 것이다.
노스롭 그루먼 금년매출의 3분의 1은 전자장비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밝은 전망 덕분에 이 회사의 주식가격은 얼마 전 작년의 두 배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노스롭 그루먼이 안고 있는 최대의 약점은 어쩌면 실현되지 않을지도 모를 미래전에 연구 및 개발계획등 모든 것이 맞춰있다는 것이다.
"미래전의 개념이 사람들의 생각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프로그램으로 완전하게 확정된 것은 아니다"
노스롭 그루먼 대표이사 켄트 크레사의 말이다.
사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미래전 지향개혁은 연방의회와 군수뇌부의 저항을 받고 있다. 개혁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노스롭 그루먼의 주가는 근래들어 15%가량 하락했다.
최근의 이같은 변화에 따라 노스롭 그루먼은 다시 변신하고 있다.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지난 봄 잠수함과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뉴포트뉴스 조선소 매입을 위한 입찰에 참여한 후 노스롭 그루먼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평화시기이지만 방위산업체들의 무기생산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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