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사상 최악의 폭파테러 사태로 미 전국이 경악과 충격 속에 빠져 있다. 이번 사태로 목숨을 잃고 부상을 입은 이들이 그 얼마인가. 이번 사태의 피해자는 우리의 이웃과 친구들, 그리고 바로 우리 자신. 우리들을 지켜주는 수호천사의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지는 시간이다.
이탈리아 귀족의 정원인 자르다노, 프랑스 성에 딸린 자르뎅이 그처럼 아늑해 보이는 이유는…. 그들의 정원에 서있는 성 베드로와 니콜라스, 비너스와 아폴로 등 온갖 성인과 신들의 조각 때문은 아닐까. 마을 어귀를 떡 버티고 서있던 장승들이 질병과 악귀를 쫓아내 줄 것이라는 믿음. 이는 아마도 온 인류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신앙이 아닐까 싶다.
천사의 도시 LA. 언제부터인가 이곳 저곳에 날개 달린 천사의 조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좋은 곳, 재미있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지는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 곳곳에 감추어져 있는 천사를 찾아 평화를 기원하는 주말 보내기라면 목숨을 걸고 먼지 가득 뒤집어쓰면서 생존자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는 구조대를 대할 면목이 설 것 같다.
날개를 접고 가볍게 내려앉은 이 천사 상들은 지난 2월부터 LA시 전체 열린 공간을 배경으로 열렸던 ‘천사 공동체 프로젝트’(A Community of Angels Project)에 전시됐던 작품들이다. 캘리포니아 플라자 앞, 다운타운의 마천루 앞의 공간은 물론이고 패사디나와 베벌리힐스의 사람들 발길 잦은 곳에 모습을 드러낸 천사의 조각들은 이름만 천사의 도시였지 범죄와 지진, 폭동으로 얼룩졌던 LA가 비로소 천사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미국 자원봉사자협회(Volunteers of America)의 회장인 칼 윈슬로우(Cal Winslow)의 제의로 시작된 천사 공동체 프로젝트는 1998년, 스위스의 취리히에 처음 소개됐던 ‘소 프로젝트’를 본 따 꾸며졌다. 토니 쉬츠(Tony Sheets)가 파이버글래스로 만든 천사의 뼈대는 서 있는 모습, 누워 있는 모습, 날아다니는 모습 등 세 가지.
천사 공동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법인과 단체, 개인은 아무런 색깔도 칠하지 않은 천사 조각에 자신들이 원하는 색깔과 모양을 디자이너를 고용해 입혀 나갔다. 이를 위해 위원회에 디자인을 제출한 예술가만도 2,000여명. 그 가운데 선발된 400개의 디자인으로 제작한 화사하고 아름다운 천사들이 공원과 광장 등 도시 곳곳에 그 마법의 날개를 펼치게 된 것이다.
천사 조각 가운데 일부 작품은 지난 4월중에 철수되고 20여 개의 천사는 최근 LA 카운티 페어에서 경매에 부쳐졌지만 아직도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천사 상들이 있다.
천사 스토어(The Angel Store)가 위치한 735 S. Figueroa St. 앞에는 손에 손을 잡은 Hand in Hand Angel, 유대인들의 고통을 기억하는 Adelph Angel, 상호 비방에 반대하는 Angelica Despero, 고대 그리스 조각을 닮은 Athenian Angel, 말보로 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Sirin Angel이 날개를 펼치고 있다. LA 시청 앞에는 공동체를 지키다 순직한 경찰들의 사진으로 장식한 The Heaven Sent Hero Angel, 벤치에 앉아 있는 천사와 함께 맞은 편에는 날개만 있어 누구나 앉는 사람이 천사가 되어 볼 수 있는 Be an Angel이 남아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전시된 천사 조각의 사진을 모은 The Community of Angels라는 제목의 책은 Borders Books와 Barnes & Nobel에서 판매되고 있다. 문의 전화, (213) 251-7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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