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이렇게까지 한인 동포들이 자랑스럽게 보인 적이 없었다. 테러 희생자 가족과 인명을 구하려다가 순직한 소방관들 및 경찰관들의 가족을 돕자는 모금 행사에 동포들이 열성적인 호응을 했을 뿐만 아니라 감격스러운 단결력을 과시했다.
특히 자랑스러웠던 것은 그동안 경쟁관계였고 성금 모금행사 때마다 경쟁을 벌여왔던 동포사회의 언론 매체들과 각종 단체들이 단일 창구를 설립하여 힘을 합쳤다는 사실이다. 주요 단체장 선거를 할 때마다 깨끗하지 못한 잡음이 많았다. 봉사라는 사명을 띤 단체장의 선거인데도 결과를 승복하지 못하겠다고 하여 법정에서 시비를 가려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동포들이 직접 간접으로 관여되는 참사가 있을 때마다 성금을 거두는 행사를 언론 매체들이 경쟁하다시피 거행했다. 명분은 좋았지만 창구가 단일화되지 않아서 뜻 있는 동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수혜자는 정해져 있었지만 성금을 쪼개서 각 모금기관에 골고루 나눠주지 않을 수 없는 고충을 토로하는 기관장들도 많았다.
단일화되지 않은 창구도 문제였지만 성금관리에 투명성이 결여되어 동포들의 성금기부 의욕을 감퇴시켜온 것도 사실이었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동포사회에서 자선을 위한 성금을 모은다는 행사는 실패로 귀결이 날 상태라는 지적을 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다.
LA 사회에서 쌍벽을 이루는 두 한국어 라디오 방송국은 그들의 유일한 수입원인 광고를 중단하고 하루 종일 합동으로 모금활동을 전개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방송국이나 신문사들뿐만 아니라 네 곳의 시장에서 모금함을 마련해 놓고 모금활동을 도운 여러 여성단체의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칭송을 보낸다.
9월21일 하루에 얼마만큼의 성금이 모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금을 위하여 동참한 각 기관의 개별적인 모금액수를 발표하지 않고 전체적인 모금 합계만을 발표하겠다는 결정도 참으로 잘한 일이었다. 모금된 전액을 미국 적십자에 전달한다는 이번 행사는 하나에서 열까지 자랑스러운 모습이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도 완전한 나라가 아니다. 인종차별도 사라지지 않았다. 흉악 범죄를 포함하여 각종 범죄가 아직도 많은 나라이다. 그래도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은 나라의 혜택을 많이 받고 살고 있다. 테러 희생자들을 돕겠다는 한 할머니는 울면서 말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받기만 하고 이곳에서 살았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가 줄 수 있어서 기꺼이 모금행사에 동참한다"는 말씀이었다.
9월20일 밤 부시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했다. 개인적으로 믿기로는 그 연설이 역사에 남을 만한 명연설이었다. 영국의 버킹험 궁전에서 미국의 국가를 연주한 일, 한국에서 어린이들이 미 대사관 앞에 모여 희생자들을 의해서 기도하던 장면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대사관 앞에서 순진하게 기도를 한 한국의 어린이들은 훌륭한 민간대사들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자유와 공포, 공의와 잔인은 언제나 전쟁을 해왔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그 사이에서 중립적인 분이 아님을 알고 있다" 라고 말했다.
이번의 참사와 같은 불상사가 다시는 없기를 우리 모두는 기원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예기하지 않은 불상사가 발생하여 도움이 필요하면 한인 동포들은 신속히 단결한 모습으로 자선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믿는다. 한인 동포들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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