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에 있는 우리 마을 앞산에서 서쪽으로 80리쯤에 경상도와 충청도를 넘나드는 죽령이란 해발 696m의 구름도 쉬었다 가는 준령이 있다.
신라와 백제가 연합하여 한강 이남 고구려땅을 빼앗아 백제가 차지했지만, 신라는 그 땅에서 백제를 몰아내고 충청북도와 한강 이남 경기도를 차지해서 남해 일부와 동해만 있던 신라는 서해바다마저 거머쥐었다. 고구려는 한강 이남과 죽령을 다시 차지하겠다고 나섰고, 온달장군은 죽령 이북을 탈환하지 않고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처남이자 평강공주의 오빠인 영양왕 앞에서 맹세를 하고 군대를 이끌고 죽령밑 단양까지 와서 전사해 뜻을 이루지 못해 고구려는 결국 백제와 함께 신라에 의하여 통일되고 말았다.
죽령 넘어 충청북도는 높은 산들이 겹겹이 있고 죽령에서 남쪽으론 급전직하로 강아지 같은 낮은 산들이 지평선까지 밭갈아 놓은 듯이 보인다. 1950년 6월25일 북괴가 수백대 탱크를 앞세워 기습적으로 남으로 내려올 때 서울을 점령한 북괴군은 경부선 따라 물밀듯이 남하했고, 서울쪽에서 열악한 무기로 무장한 국군은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강과 산을 넘는 요지에 진을 치고 싸워 북괴군의 남진을 더디게 하며 내려오다가 죽령에선 밀리지 않고 싸우느라 오고 가는 총탄의 불빛이 80리나 되는 우리 마을 앞산에서도 보였나 보다. 그때 어른들은 낮인데도 “불빛이 저리 간다. 이쪽으로 온다“ 말하는 걸 들었는데 당시 나는 7살 아이라서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피비린내 나는 전장을 순진하게 구경했 젊은이들이 목숨바쳐 싸워 화천, 인제와 양구는 이미 알았어도 10여년전까지 이름도 몰랐던 평창, 정선과 강릉은 우리 가까이 다가왔고 국제적으로도 이름이 났다.
목숨바쳐 싸워 강토를 지켜주신 용사들에게 경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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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우 /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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