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 <민경훈 편집위원>
“고등학교에 다니는 내 딸이 성조기를 창에 걸자고 했지만 나는 반대했다. 국기는 전쟁과 국수주의의 상징이다.”-네이션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해봤자 수천 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갈 뿐이다. 우리는 빈 라덴에게 그가 여태까지 살면서 한 선행과 그가 살해한 목숨의 소중함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효과적인 응징은 사랑이다.”-빌리지 보이스
“폭력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보복이 아니라 보상이다.”-빌리지 보이스 미국의 대표적 좌파 잡지인 네이션과 빌리지 보이스에 실린 칼럼니스트와 필자들의 의견이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이런 글들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은 두 가지를 말해준다. 하나는 미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가 살아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좌파 지식인들의 사고 방식이 대다수 미국인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에서 반전운동의 전성시대는 월남전이 한창이던 60년대였다. 진보적 지식인과 학생들이 주축이 돼 펼친 반전운동은 미군의 양민 학살과 정부의 거짓말 등이 밝혀지면서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지친 미국인 상당수의 공감을 얻었다. 1975년 포드 대통령이 미 역사상 첫 패배라는 치욕을 감수하면서 월남 패망을 받아들인 것도 국민 정서가 더 이상의 월남전 개입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보다 평화를 바라는 것은 대다수 인류의 공통된 희망이다. 또 평화주의자가 반드시 비겁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전 국민이 전쟁을 부르짖는데 혼자서 이견을 내는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가장 철저한 평화주의자들의 하나인 퀘이커 교도들은 남북전쟁 때 흑인 노예를 북부로 빼돌리는 일에 앞장섰으며 제2차 대전이 터졌을 때는 유럽에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유대인을 보호했다.
그러나 자기 나라가 외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두 손을 들고 눈을 감는 것이 반드시 올바른 태도인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간디와 마틴 루터 킹 등이 평화적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방이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있는 영국과 미국이라는 나라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제처럼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한국민들을 잡아 온갖 고문을 하고 작두로 목을 베는 상대였다면 간디와 킹 이상의 지도자가 나왔더라도 말없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 것이다.
전쟁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악에 대한 굴복보다는 백 번 낫다. 미 사상 최악의 테러를 저지른 빈 라덴 일당은 언론의 자유는 말할 것도 없고 인간의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는 자들이다.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발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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