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이 반미시위의 열병을 앓고 있다. 거기다가 오사마 빈 라덴이 ‘지하드’(성전)를 선포했다. 12억 이슬람 신도들이 하나가 되어 ‘사탄의 세력’인 미국과 싸울 것을 촉구한 것이다.
반미 구호를 외쳐대는 수많은 군중, 증오의 눈길로 성전을 선포하고 있는 빈 라덴의 모습 등이 오버랩 된다. 곧 큰 일이 터질 것 같다. 적어도 TV화면을 통해 볼 때는 문명충돌이 내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그건 브라운관이 가져다 주는 분위기일 뿐이다. 현실은 그게 아니다. 우선 ‘지하드’만 해도 그렇다. 이슬람권 전체의 반응은 오히려 시큰둥하다는 소식.
이유가 뭘까. 지하드가 너무 많이, 쉽게 이야기해 수천번도 넘게 선포되다 보니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이 됐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한마디로 툭하면 지하드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지하드는 이슬람권에서 중요 정치 행동을 촉발시키는 마력을 진작 상실했다는 평가다. 서방권 사람들이나 지하드에 긴장하지, 이슬람 신자들은 지하드란 말에 이제는 거의 주목조차 않는다는 것이다.
’지하드의 약발’이 떨어지게 된 데에는 그러나 보다 근본적 원인이 있다. 이슬람권의 분열이다. 빈 라덴의 알 카에다나, 탈레반은 모두 수니파 이슬람이다. 이들은 같은 원리주의자이면서도 최초의 회교 혁명을 일으킨 시어파 원리주의와는 앙숙이다. 실제로 이란과는 원수지간이 돼 교전 일촉즉발의 상황에 몰려있다.
같은 수니파라도 민족이 다르면 역시 원수가 되기 십상이다. 탈레반과 그에 대항해 싸우는 북부 동맹이 바로 그 예. 다수인 파슈툰족, 즉 탈레반 대 우즈벡족 등 소수민족계 연합인 북부 동맹의 싸움이 현 아프간 내전의 실제 모습이다. 이들은 물론 서로 지하드를 선포했다.
수니파 원리주의자들이 받는 대접은 이슬람 국가마다 다르다. 이집트, 알제리아, 수단 등 정치와 종교가 어느 정도 분리된 아랍국가에서 이 원리주의 극단세력은 모두 기피 대상이다. 수니파 근본주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요주의 대상이다.
결론은 그러므로 이렇게 내려지는 것 같다.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사분 오열의 상황에 있는 이슬람권이 하나가 돼 미국에 대한 성전에 나선다는 것은 애당초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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