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건물에 여객기가 날아들기 직전인 지난 9월11일 오전 8시40분께 피랍 여객기 조종실에서 납치범이 행한 기내방송 내용이 공항 관제탑에 포착됐다.
당시 보스턴발 LA행 아메리칸 항공사 11편은 공항 관제탑과 정기 교신을 주고받으며 정해진 항로를 날고 있었다. 기내에 뭔가 돌발상황이 발생했다는 첫 징후는 침묵으로 나타났다. 이어지던 교신이 갑자기 끊어진 것. 관제탑은 11편에 응답을 요구했으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신원미상의 목소리로 "우리에게 여러 대의 비행기가 있다. 단지 조용히 있어라, 그러면 괜찮을 것이다. 지금 공항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엉뚱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어리둥절해진 관제사는 "누가 연락하는 것이냐"고 상대의 신원을 물었으나 응답 대신 "아무도 움직이지 말아라. 공항으로 돌아가고 있다. 멍청한 행동을 시도하지 말라"는 명령조의 발언이 이어졌다.
아메리칸 항공 11편의 기내에서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했음을 알아챈 관제탑은 인근을 비행중인 여객기 조종사들에게 AA 11편을 목격했는지 긴급히 문의했다.
AA 11편의 기내방송 내용은 아직 피랍이전의 상태였던 유나이티드 항공사 175편의 조종사들도 들었다. 175호는 8시41분 관제탑에 "보스턴에서 이륙한 직후 이상한 발신을 들었다. 누군가가 마이크를 통해 모두 자리에 남아 있으라고 말한 것 같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관제탑과 교신한 지 90초가 채 안돼 175편도 항로를 이탈했고 관제탑의 거듭된 시도에도 불구하고 교신이 단절됐다.
이어 8시53분께 175편은 연방항공청(FAA)이 정한 규정속도보다 2배 이상으로 빠른 시속 500마일로 허드슨 밸리를 내려오고 있었다.
8시56분 무렵 아메리칸 항공사 여행편 77도 피랍됐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인디애나폴리스 관제탑은 "아메리칸 77, 라디오 체크. 들리느냐"는 수차례의 호출에 응답이 없자 북미대공방위사령부(NORAD)에 연락, 28분 후에 전투기들이 출동했다. 그러나 미국 본토가 ‘공습’을 당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당시 영공방위는 전국 7개 기지에 흩어진 14대의 전투기가 맡고 있었다.
9시33분 워싱턴 덜레스 공항 관제탑의 레이더에 다시 나타난 77편이 백악관과 국회 의사당 등 정부청사가 있는 비행금지 구역을 향해 기수를 급선회하자 깜짝 놀란 공항 관계자는 비상전화로 백악관 경호실에 연락했다. 경호요원들은 백악관에 남아 있던 딕 체니 부통령의 집무실로 뛰어들어 그의 양팔과 허리춤을 낚아챈 후 급히 지하 벙커로 "옮겼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플로리다주를 방문중이었다. 9시38분께 77편은 지상 7,000피트 고도에서 국방부 청사를 지나친 뒤 360도 회전을 시도, 거의 지면 높이로 내려온 후 시속 500마일 이상의 속도로 국방부 청사를 향해 돌진했다.
77호가 국방부 청사에 충돌하기 몇분 전 클리블랜드 인근에 도달한 유나이트 항공기 93편은 시카고 관제소로부터 "주위. 조종실 침입"이라고 적힌 문자 경고를 받았다. 이에 조종사는 "확인"이라고 키보드를 찍어 응답했다. 납치범과 승객간 격투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93편의 조종실 대화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내용을 들은 관계자는 "대치가 있었던 듯 매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며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여기서 나가라!’ 등의 구절과 아랍어 같은 외국어가 들렸다"고 전했다. 93편은 오전 10시10분께 펜실베니아 서부 벌판에 추락했다.
jeanwo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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