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8월 아내와 처남 등 일가족 4명을 총으로 쏴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어 한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백무본(당시 58세)씨의 딸 제시카 이(18·한국명 연아)양이 악몽같은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밝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건발생후 글렌데일에서 이모와 함께 살다가 올해 2월 애나하임에 있는 친구집으로 거처를 옮긴 제시카는 미술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장차 월트 디즈니사에 취직, 컴퓨터 애니메이터가 될 꿈에 부풀어 있다. 작년말 LA뮤직센터에서 주최한 고교생 미술대회에서 3등을 차지, 장학금을 받은데 이어 올해는 또 춤추는 발레리나를 노랑바탕에 담아낸 밝고 예쁜 그림이 LA카운티 최대의 예술축제인 ‘LA아츠 오픈하우스’의 공식포스터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충격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온 갸륵함을 하늘이 인정했기 때문인지 제시카는 지난달 미술전문 대학인 샌타애나 소재 ‘LA 예술대학’(Arts Institute of LA)에 보란 듯이 장학금을 받고 입학, 미래를 탄탄히 다질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각날땐 혼자 조용히 성경책을 읽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성공해서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라고 어른스럽게 말하는 제시카.
부모와 함께 사는 동안 의붓 아버지 백씨의 숱한 괴롭힘 때문에 집을 뛰쳐나가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사건이 났던 날 제시카는 이모집에 있었다. 그녀가 그날 부모와 함께 있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른다.
2년이 지난 지금 제시카는 그런 ‘엄청난 사건’을 저지른 아버지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너그러운 가슴의 소유자가 됐다. 용돈을 벌기위해 코스타메사에 있는 옷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일주일에 나흘씩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그녀는 명랑하면서도 말을 아끼는 독특한 스타일로 주변에 끈끈한 친구가 많다.
힘들고 어려울 때 팍팍 밀어주는 친구들이라고 제시카는 자랑한다. KNBC-TV(채널4)는 1일 제시카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죽음으로 받은 충격과 슬픔을 극복하고 힘차게 사는 제시카의 스토리를 인터뷰를 곁들여 소개했다. 제시카양의 지도교사인 로니 맥대니얼은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극을 딛고 힘차게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제시카가 대견스럽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shgo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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