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퍼시픽 유니온 은행이 돈 세탁 등을 이유로 직원을 무더기 해고한 사건은 은행가는 물론 한인 사회 전체에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에도 한인 은행 직원들이 첵 카이팅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감사 당국의 지적을 받거나 직원을 문책한 일은 있었으나 지점장급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는 대규모 해고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측은 아직 감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정확히 몇 명의 직원이 해고되고 어떤 사유로 이들을 내보냈는지에 대해 밝히고 있지 않으나 감사가 끝나기도 전에 경고나 감봉이 아닌 가장 무거운 징계를 내린 것은 이들이 저지른 잘못이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었음을 짐작케 한다.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한인 은행 직원들이나 고객 중에는 돈 세탁을 비롯한 각종 탈법·불법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 한인들의 경제 규모가 작고 이민 연륜이 짧았을 때는 미국 법규를 잘 몰라 그랬다는 변명이 통했었을 지 모르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은행 예금고가 10억 달러가 넘어서고 앞다퉈 증시에 주식을 상장하는 등 주류 사회를 지향한다고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전근대적 관행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언제까지나 구멍가게 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이런 청탁을 하는 고객들도 문제지만 이번 사건의 1차적인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은행인들이다. ‘은행간의 경쟁이 심해 어느 정도 고객 편의를 봐주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이번처럼 불법 행위가 당국에 적발돼 거액의 벌금이라도 맞기나 한다면 은행 자체의 존립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이고 한인 사회 전체의 이미지가 흐려진다.
행원들 사이에 탈법·불법 행위가 있었던 은행은 비단 퍼시픽 유니온만은 아닐 것이다. 이미 감사가 끝난 일부 한인 은행들도 감사 당국으로부터 주의를 받았고 아직 감사가 끝나지 않은 은행들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적발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가 퍼시픽 유니언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또 다른 사실을 말해준다.
가주 외은은 LA 한인사회에 제일 먼저 발을 디뎠음에도 그간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보여왔다. 현지화를 약속하면서도 아직도 한국에서 행장을 파견하고 본점 편의에 의해 임기도 끝나기 전 제멋대로 행장을 교체하는 악습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퍼시픽 유니온을 비롯한 한인 은행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철저한 직원 교육 등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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