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병현아, 꿈이야∼"하며 너를 이 악몽에서 깨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어야 하는 냉정한 스포츠의 세계라고 하지만 이렇게 잔인한 결과가 나올 줄이야…
정말 믿을 수가 없다. 뉴욕 양키스 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월드시리즈가 확정된 뒤. 시리즈 전망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나는 항상 "양키스의 마법을 아시나요"라고 대답했다. 이미 26차례 우승을 거둔 양키스의 저력을 여러 번 봤기 때문이었다.
양키스가 먼저 2패를 당했을 때도 "양키스의 저력을 절대 과소 평가하면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반은 걱정이었다.
월드시리즈 4차전의 악몽 뒤 나는 네가 5차전에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물론 만회가 급해 네가 등판을 자청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전날 투구수가 61개나 됐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나가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최고수중의 고수들의 대결인데 만회는 충분히 몸과 마음을 가다듬은 뒤로 미뤄야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려했던 상황은 너무나도 빠르게 가혹한 현실로 돌아오더군. 선수도 감독도 정말 대단한 배짱이라고 생각했다. 너는 이제 22살인 어린 마음에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고 치고, 보다 신중하지 못했던 밥 브렌리 감독이 원망스럽다.
경쟁심에 불타는 선수는 마음이 앞서기 마련인데 바로 그런 상황에서 냉정한 결정을 내려야할 감독이 왜 어린 선수의 커리어까지 내거는 무모한 도박을 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4차전에서 한 이닝을 더 던지겠다고 고집하던 커트 쉴링을 "너는 이미 히어로니 쉬라"며 타일러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던 그가 왜 김병현에게는 그리 가혹한 운명을 쥐어줬을까.
돌아보는 시력은 항상 2.0. 이제와 그 누구 탓을 하랴. 또 백마디 위로가 지금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러나 높은 곳에 오르려면 높은 곳에서 떨어질 각오도 해야 하는 것으로 항상 결과가 중요한게 아니라는 말은 해주고 싶다. 결과는 이렇게 됐지만 여기까지 온 김병현의 ‘여행’은 정말 즐거웠기 때문이다. 한인들은 지난 2년간 김병현이 있었기에 자랑스럽고 메이저리그가 더욱 재미있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