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준전시 상황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비난하거나 미국의 적들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질타하는 것이 그들의 표현자유를 침해하는 것일까. 신시아 매키니 연방하원의원은 "사우디 왕자에게 반이스라엘 정책을 제안했기 때문에 비난받았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불평했다.
표현자유에 대한 비난을 보수적 매카시즘으로의 회귀로 보려는 시각에 대한 논란은 제쳐두자. 지금 중요한 것은 수정헌법 1조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이다. 수정헌법 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치러야할 비용까지 면제하지는 못한다.
텍사스대의 로버트 젠슨 교수는 미국을 테러국가로 규정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거짓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은밀한 소규모 엘리트 집단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민들로 하여금 테러전쟁을 지지하도록 교묘한 술책을 썼으며 이번 전쟁은 지난 10년간 자행돼 온 미국의 침략 중 절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를 파면시키려는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텍사스대 총장도 최근 그의 어리석음을 지적했다.
젠슨 교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젠슨의 말할 권리를 억압해선 안 된다"며 젠슨이 자신의 자유로운 표현으로 인해 어떠한 불이익을 당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수정헌법 1조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젠슨의 자신의 입장을 밝힐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까지 면제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권리장전이 제정될 때 수정헌법 1조는 미국민이 반정부 시각으로 인해 투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동시에 이로 인해 비난을 받거나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직장에서 쫓겨나는 ‘비용’을 지불할지 모른다는 인정하고 있다. 백인우월주의 KKK단은 자신들이 원하는 표현을 할 수 있지만 사회는 그들을 적대시한다. 이것이 KKK의 표현의 자유가 치르는 ‘비용’이다.
젠슨의 발언이 그의 자유라면 그를 "바보"라고 칭한 총장의 발언도 총장의 자유이다. TV 토크쇼 사회자 빌 마가 "테러리스트들은 용감했고 미국 조종사들은 겁쟁이다"고 말한 것이 그의 자유인지 몰라도 이에 격분한 광고주들이 광고를 철회키로 한 것도 그들의 자유인 것이다. 작곡가 칼하인츠 스톡하우젠이 월드트레이드센터 붕괴를 "최고의 예술"이라고 평하자 오케스트라들이 그의 곡을 연주하지 않겠다고 나온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소설가 바바라 킹솔버는 성조기를 위협, 검열, 폭력, 오만 등등을 상징한다고 말하고 다른 소설가 아룬다티 로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오사마 빈 라덴을 비슷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 두 여류 소설가도 표현의 자유가 있겠지만 독자들이 이들의 책을 구입하지 않고 서점들이 이들의 책을 폐기 처분할 자유가 있는 게 아닌가.
표현의 자유와 책임을 둘러싼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뉴멕시코대의 리처드 버트홀드 교수의 발언이다. 그는 테러 당일인 9월11일 수업시간에 두 차례나 "누구는 펜타곤을 폭파하면 나는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시위에 나섰고 주의 지도자들도 그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버트홀드의 발언은 분명 허튼 소리이고 국방부 직원들의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펜타곤이 파괴되길 바란다고 말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 그의 발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학생과 학교 당국자, 지역사회 지도자들은 그의 시각이 지나치게 반항적이라고 지적할 권리가 있으며 납세자들은 그의 파면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작가들은 버트홀드를 미국의 자유의 누리면서도, 바로 그 자유를 수호하려는 사람들을 헐뜯는 배은망덕한 본보기로 삼을 권리가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