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박물관과 함께 LA 미술계의 쌍두마차인 LA카운티박물관(LACMA)내 한국관이 지난달로 개관 2주년을 넘겼다.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중국미술의 화려함과 세밀함에 밀려, 혹은 근대사에서의 미약한 정치적 위상을 이유로, 제 가치는 고사하고 ‘찬밥’ 신세로 외국인들에게 그 존재마저 미미하던 한국미술이 당당하게 문패를 걸고 미국 속에 소개된 한국관 개관 두 돌을 평가하자면 몇 점이나 될까.
LACMA측이 내놓은 한국관의 현재까지의 스코어는 ‘매우 긍정적’이며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그 미래를 점치기엔 아직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까지 ‘유명한 중국관 옆에’ 위치한 한국관을 찾은 대다수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관심과 감탄을 자아내던 전시품은 무엇보다 정교한 신라 금관과 금세공 장식, 가야후기 철제갑옷 등 한반도 고대왕국의 독창적인 예술품(특히 신라 금관은 중국과 일본미술에서는 그 유래를 찾기 힘든 북방계 민족들만의 고유한 예술형태다)인데 한국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정 기간 대여했던 이 작품들이 근래 들어 한국으로 영구히 돌아간 것이 그 이유의 하나다.
더 문제인 것은 역사성이나 희소성으로 비추어 이 작품들을 대신해 빈 공간을 메워줄 동시대품의 대체전시가 당분간은 한국측과 협의된 것이 없다는 것.
한국측 관계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에 하나 뿐인 귀한 고미술품을 외국 박물관에 오래 대여하는 것도 안전상의 이유나 관리책임 여부 때문에 쉽지 않고 부담스런 제안이다.
하지만 예술도 마케팅 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며 이제 막 미국 속에서 이름표를 찾아 단 한국관의 존재가치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보다 차갑게 생각하면, 고만고만한 도자기나 회화류는 중국 것에 견주기에 버겁고 예술품 뒤에 국가적 상징성과 치밀한 홍보전략이 따라다니는 일본미술도 아직은 경쟁하기 힘든 상대이다.
중국의 다채로움에 탄복하고 일본의 아기자기함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에게 한국미술만의 소박하고 단아한 멋을 이해시키기엔 조금 긴 호흡과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을 부정하긴 힘들다. 아직 미국 속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우리의 한국관이 그 옛날 고대왕국의 든든한 ‘지원군’을 필요로 하는 것은 그래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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