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전한 연말을 보내자-기획시리즈 (2) 청소년 비행
▶ 부모-커뮤니티 함께 나서야
세리토스에 사는 학부모 김모(46·여)씨는 한달전 학교 캠퍼스에서 마리화나를 팔다 적발돼 퇴학처분을 받은 중학생 외아들(14) 때문에 한숨만 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남편과 함께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는 김씨는 초등학교때부터 모범생이었던 외아들만 믿고 5년간을 집과 가게만 오가며 대학 학자금을 마련한다며 돈버는 재미로 살아왔다.
그러나 최근 학교로부터 아들이 두달이나 학교에 출석을 안했으며 결국 퇴학조치됐다는 가슴이 막히는 청천벽력의 통보를 받고 ‘내 아이가 어떻게 이럴 수가…"하며 후회의 날을 보내고 있다.
김씨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인 학부모들은 우리 주위에 너무나 많다. 이들 탈선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탈선의 계절이라 불리우는 연말에 일어나고 있다. 연말을 맞아 학부모들은 저마다 자녀단속을 벼르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의 10대들을 집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 가두어 두기라 정말 어려운 것이다.
청소년 탈선은 청소년과 그 부모만 탓할 일은 아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유흥업소, 한인사회 안전불감증과 경찰당국의 제도적인 치안대책 부재, 커뮤니티 차원의 청소년 선도대책 부재, 한인들의 경제안정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늘어난 씀씀이 등이 청소년 탈선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인타운내 대부분의 나이트클럽과 노래방, 당구장, 카페 등 유흥업소의 주고객은 10대와 20대들로 바뀐지 오래다. 주말만 되면 아직도 10대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유흥업소 주변에 벌떼처럼 몰려든다. 술에 취해 길거리에 나자빠져 있는 청소년,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짙은 화장에다 속살이 훤히 보이는 옷차림을 하고 삼삼오오 나이트클럽으로 들어가는 10대 후반의 여학생들, 샤핑몰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마리화나를 돌려가며 피우는 남자 고교생들, 누가 보건 말건 길거리에서 서로 끌어안고 진한 애무를 나누는 20대 초반의 연인들. 2001년 11월 현재 한인타운의 주말 밤풍경이다.
지난주말 LA한인타운 8가와 웨스턴 애비뉴 근처에 있는 한인 나이트클럽을 찾은 박모(21)씨는 "주말에 나이트클럽 아니면 갈데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자가 많은 곳이 여기말고 또 어디 있나. 친한 친구 두세명과 함께 여자들과 부킹하는 재미에 클럽을 찾는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면 십중팔구 사고가 따르게 마련. 지난 10월20일 새벽 4시께 버몬트 애비뉴와 4가 인근의 당구장 주차장에서 20대 한인이 갱으로 보이는 한인청소년 10여명에게 집단구타를 당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가는가 하면 지난 9월에는 로랜하이츠에 사는 한인 10대 3명이 새벽에 부모차를 몰래 몰고 나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공기총으로 길가에 세워둔 자동차들의 유리창을 박살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밖에 PC방, 노래방 주변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과 청소년선도 단체들은 ▲유흥업소들이 청소년들의 출입을 막고 ▲한인커뮤니티 차원의 청소년 선도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연말에는 청소년들이 마음이 들떠 쉽게 탈선할 수 있는 만큼 부모와 업주, 어른들의 보다 깊은 보살핌이 있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젊음의 집 김기웅 목사는 "연말을 맞아 한인 부모들이 돈벌이와 동창회 모임에만 신경쓰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며 "청소년 탈선을 완전히 막을순 없겠지만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자신들의 시간을 조금만 희생할 경우 놀랄만한 소득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성훈 기자>shgo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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