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친구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주말 타운내 한 선물가게에서 장식용 소형 액자를 구입한 이모씨(28·LA)는 물건을 바꾸러 갔다가 기분이 몹시 상했다. 진열된 상품 중 맘에 드는 것을 고르자 업주가 미리 포장해놓은 상품 중 하나를 건네줬는데 집에 와서 풀어보니 액자 유리가 깨져 있었다. 다음날 찾아가 교환을 요구했더니 업주는 ‘자기가 깨뜨려놓고 가져와서 바꿔달라면 되겠느냐’고 면박을 주며 끝까지 거부하더라는 것. 이씨는 "손상된 물건에 대해 교환을 거부하는 것도 문제지만 손님을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가 더 불쾌했다"며 "그런 업소에 다시 찾아갈 마음이 생기겠느냐"고 반문했다.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고 본격 할러데이 시즌이 시작되면서 연말 샤핑을 위해 한인 운영 업소들을 찾는 한인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불친절에다 환불 거부 등 한인 상인과 고객 간 건전한 상거래 문화를 해치는 행태들이 아직도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깝고 의사소통이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한인타운 업소들을 이용하지만 정당한 교환이나 환불요구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다가 업주나 종업원의 고객을 무시하는 태도 때문에 기분을 상하기가 십상이다.
요즘 한인 업소들도 많이 발행하고 있는 상품권 사용에서도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연말 샤핑차 타운내 대형 소매업체에 들른 최모씨(43·LA)는 오래전 받았던 이 업소 상품권을 이용하려다 6개월인 사용기한이 일주일 지났다며 받기를 거부하고 큰소리로 무안까지 주는 바람에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다고 한다. 최씨는 "상품권의 사용기한 명시는 업소 자유라지만 이미 현금을 받아 챙긴 상태에서 조금만 고객을 배려해주면 그 업소를 믿고 찾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텐데 그렇지 못하는 한인 업소들의 단견이 아쉽다"고 말했다.
선물로 받은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교환이 쉽지 않다는 것도 한인 업소들이 고쳐야 할 점이라는 지적이다. 백화점 등 미국 업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교환용 영수증을 발행해주는 한인 업소는 찾을 수가 없다. 이뿐 아니라 타운내 소형 업소들의 경우 아예 영수증을 주지 않는 업소도 아직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점 모두 한인 고객들이 한인 업소를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들로 지적되고 있다.
한인 업소들의 서비스 부재도 문제지만 건전한 상거래 문화 정착을 위해 한인 소비자들의 의식과 태도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바쁜 연말에는 예의 없는 한인 고객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는 게 한인 업주들의 불평이다. LA인근 샤핑몰에서 팬시업체를 운영하는 펄 박(30)씨는 "같은 한인끼린데 좀 봐주면 어떠냐며 무조건 세금을 빼달라는 손님들이 많고 진열된 상품을 만지다 떨어뜨려 깨지면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살짝 나가버리기도 한다"며 "업주 입장에서는 한인 손님들이 최종 세일 품목 등을 막무가내로 바꿔달라고 할 때나 영수증도 없이 막무가내로 무리한 요구를 할 때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YWCA 한인상담실의 자넷 리씨는 "연말 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한인 소비자들이 여유를 가지고 업소의 환불 방침과 워런티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영수증을 꼭 챙기는 등 고객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해야 하며 업주들은 좀더 손님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한인 상인이나 소비자들이 이와 같은 원칙을 지키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불신풍조가 없어지고 건전한 상거래 문화가 세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ris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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