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 나오는 유비가 제갈공명의 움막을 세 번이나 찾아가서 그를 군사로 맞아들였다는 「삼고지례」 또는 「삼고초려」의 고사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제갈공명은 유비의 정성에 감동하여 촉나라의 운명을 알면서도 2대에 걸쳐 충성을 했고 삼국중 가장 세력이 보잘 것 없었던 촉나라의 이야기가 제갈공명으로 인해 삼국지의 줄거리를 이룬다.
이 이야기는 어느 조직이나 나라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일깨워 준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사람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종교에서는 신이 세상을 만들었고 세상사를 주관한다고 하지만 결국 신도 사람을 통해서 이 세상을 움직여 나간다고 볼 수 있다. 한 집안에서 아들이 잘 나고 못나는데 따라서, 또 며느리가 잘 들어오고 못 들어오는데 따라서 집안이 흥하고 망한다는 말을 흔히 한다. 회사나 단체도 유능한 사람들이 키우고 불의한 사람들이 망치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조직은 좋은 사람을 확보하는데 온 힘을 쏟는다. 스포츠 팀에서는 유능한 선수를 스카웃하기 위해 고액의 연봉을 제시한다. 영화제작자는 유능한 감독과 연기력 있는 배우를, 기업가는 수완 좋은 경영인과 일류 기술자를 원한다. 각 분야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느 분야나 그런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세상에 사람들은 많지만 꼭 필요한 사람은 찾기 어려운 것이 또한 현실이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늘 하는 말로 취업을 원하는 사람은 많으나 쓸만한 사람이 없다듯이 선거 때 단체장에 출마하는 사람은 많으나 참으로 적격인 사람은 별로 없다. 좋은 물건은 값이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운 것처럼 제대로 된 사람을 찾기는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찾는다고 해도 운동선수를 스카웃 하듯 정성을 기울여야 붙잡을 수가 있다.
요즘같은 조직사회에서는 사람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사람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일하기 때문에 누가 조직을 움직이든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들이 조직을 이루냐에 따라서 그 조직의 힘이 달라진다. 마치 집을 지을 때 어떤 재료를 써서 집을 짓느냐에 따라 그 집이 튼튼한 집이 될 수도 있고 무너지기 쉬운 부실공사가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근래들어 한국 사회는 풍비박산 일보 직전과 같은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있는 정치권이 그렇고 정부의 통제력을 떠나 표류하는 제반 국정이 그렇고 조작사건과 부정사건으로 추락하고 있는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공권력 기관 또한 그렇다. 이와같은 혼란상이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소행 때문인 것으로 보아 한국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인사의 잘못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에서 소위 출세한 사람들의 자질을 보면 능력 보다는 아부를 잘하는 사람, 지조 보다는 변절을 잘 하는 사람, 국가나 국민 보다는 파당에 충성하는 사람, 정직하고 청렴한 사람 보다는 거짓말을 잘 하고 부정도 잘 할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현상이 너무도 보편화 되었기 때문에 이런 자질이 한국적 사회에 잘 적응하는 덕목이란 착각마저 든다.
이에 한 술 더 떠서 지방색까지 판을 친다. 예를 들어 정부를 하나의 집이라고 할 때 그 집을 튼튼히 짓기 위해서는 각지에서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크고 곧은 목재를 구하고 경상도에서 단단한 돌을 운반해 오고 전라도에서는 양질의 흙을 가져올 수 있다. 또 충청도의 청정수로 흙과 콘크리트를 이겨서 집을 짓는다면 그 집은 얼마나 튼튼한 집이 되겠는가.
그런데 그게 아니다. 도목수가 경상도 사람이면 자갈같은 흙이라도 경상도 흙을 쓰고 전라도 사람이면 모래같은 돌이라도 전라도 돌을 쓴다. 그 중에서도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일할 수 있는 재료를 쓴다. 그 집이 튼튼할 리가 없다. 한 번 비바람이 불면 그냥 씻겨나갈 날림 집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오늘날 한국의 문제는 거듭된 인사 병폐의 산물이다. 「인사만사」가 아니라 「인사망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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