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함께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산타의 선물을 뜯는 건 아이들이 일년 내내 기다리는 기쁨. 그러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도 활짝 웃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라는 자기 분노를 가슴 한구석에 담고 커 가는 이들에겐 크리스마스가 즐겁지 않다.
밸리의 한 위탁가정에 거주하는 이모(15)군은 어서 빨리 성인이 돼 여동생을 보호해주는 게 소원이다. 술만 마시면 폭군으로 변하는 아버지가 정신장애가 생긴 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하다 못해 자신과 여동생을 발로 차고 때리는 지옥 같은 생활을 겪어왔다. 학교에 갈 때면 선생님께 들킬 새라 멍든 상처를 감추기 바빴고 남자 어른만 보면 기겁을 하는 여동생을 지켜봐야 했다. 99년 겨울 친구와 조금 부딪히기만 해도 책상 밑에 기어 들어가 우는 여동생을 이상하게 여겨온 학교 교사의 신고로 아동보호국에 맡겨졌다.
친·양부모의 아동학대 및 방치로 아동보호국이 부모로부터 격리 보호를 하거나 태어나면서 부모에게 버려진 한인 아동들은 약 180명에 달한다. 당국의 보호 하에 들어간 아동들은 위탁가정(Foster Home)이나 아동보호시설(Group Home)로 보내지는데 그래도 위탁가정에 맡겨지는 경우는 제대로 학교생활이 가능하고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이는 아이들이다.
주정부의 위탁가정 자격을 취득, LA 인근에서 활동하는 한인은 4명, 보호해야 할 한인 아동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아이들의 맑은 눈이 좋아서’ 수양부모가 된 이들은 깨어진 가정으로 상처받은 한인아동들이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가정에 위탁돼 적응문제로 또 한번 상처받을까 걱정하며 2~3명도 마다 않고 수양부모를 자청하고 있다.
3개월 전 아동보호 시설에 맡겨진 이정민(가명·17)군은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친·인척은 물론 위탁가정들도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난폭하게 커버렸다. 엄마가 원하지 않았던 아이라는 분노를 지닌 정민군. 툭하면 공격성 말투나 행동을 일삼아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했고 결국엔 아동보호시설에 보내졌다.
앞으로 1년 후면 18세, 더 이상 보호를 받지 못할 정민군을 두고 아동보호국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가정 같은 가정’으로 보내주고 싶다. 한번도 범법행위를 저질러 비행 청소년으로 낙인찍힌 적 없는 정민군이 보호시설에서 나이만 들어 또 한번 사회로 버려진다는 느낌을 주기 싫어서다.
아동보호국 소셜워커 샘 윤씨는 "일단 아동보호국에 신고·접수된 아이들은 이들을 돌봐줄 친척집이나 친구 집을 우선적으로 알아보지만 양육 책임자가 없을 경우 아동국이 지정하는 위탁가정에 맡겨진다"면서 "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살충동에 휩싸이고 폭력을 휘두르거나 반대로 우울증, 자폐증에 걸리기 쉬워 특별교육을 받은 수양부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가 지날수록 무섭게 커 가는 이 아이들도 우리의 희망찬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야할 때다.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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