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예절과 한인
연말에는 격식을 갖춰 참석해야 하는 대형모임들이 많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이러한 파티문화에 다소 익숙한 편이지만 아직도 어색하거나 격식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얼마 전 타운내 한 행사에 참석했을 때였다. 화려한 파티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행사는 아니었지만 외국인들이 많이 참석한 만찬행사였다. 기자가 앉아있던 원탁 테이블로 타이완 출신의 중년부부가 다가왔다.
아내의 의자와 웃옷까지 챙겨준 중국남성은 자리에 앉자마자 곧 아내의 컵에 얼음과 음료수를 먼저 채웠다. 그리고는 반쯤 비워져 있던 기자의 컵에 음료수를 채워준 뒤에야 자신도 음료수를 따라 마셨다.
중국남성들의 아내사랑은 잘 알려져 있지만 `과연 한인남성들은 어떨까?’하는 생각에 주변을 유심히 둘러봤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바로 옆에 앉은 외국인과는 대화조차 없었고 동성끼리 모여 앉아 아줌마, 아저씨들만의 고유화제를 이어나가며 행사에는 관심도 없었다. 오히려 남편의 먹거리를 챙겨주는 아내들의 발걸음만 분주했다.
`평소에는 힘들더라도 한인남성들도 이런 자리에서만큼은 겉으로라도 아내사랑을 표현했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아졌다. 아내들이 대접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여성을 먼저 배려하는 서양문화의 기본예절을 한인남성들도 그런 자리에서는 최소한 `하는 척!’이라도 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인남성의 모습이 너무 권위적이고 여성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말이다.
이밖에도 자녀를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데려오고 파티행사장을 활개치며 돌아다녀도 방치해두는 한인부모들, 식순 도중 찬조 출연한 바이얼리니스트가 30분 가까운 미니독주회(?)를 가져 참석자들의 인내심을 극도로 시험한 경우, 부끄러울 정도로 어설픈 영어를 오히려 자신 있게 큰 소리로 떠들며 진행하는 사회자의 용감한(?) 모습도 낯뜨거운 한인 파티문화 중 하나다.
이제 곧 미주한인 이민역사도 100주년을 맞게 된다. 이에 걸 맞는 품위 있는 파티예절을 몸에 익히기에 너무도 충분한 세월이 아니었을까?
이정은(특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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