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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에 더 음미해 볼 ‘참 사랑 실천’
피에르 신부 지음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펴냄
프랑스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피에르 신부가 쓴 ‘단순한 기쁨’은 소박하지만 정성스레 차려진 밥상 같다. 현란한 수사는 없지만 사랑을 온몸으로 실천하며 평생을 살아 온 노신부가 들려주는 생의 교훈들은 담담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
피에르 신부는 1912년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그의 앞에는 세속적인 성공을 얻을수 있는 기회와 재물이 놓여 있었지만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수도회에 들어가 평생 소외된 자들을 위한 헌신의 삶을 시작한다. 그 헌신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었다. 44개국 350여곳에서 봉사하는 빈민구호 공동체 ‘엠마우스(Emmaus)’ 창시자인 피에르 신부는 90이 다 된 지금도 노구를 이끌며 한결같은 열정으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실천적인 삶의 흔적은 그가 사제신분임에도 독일에 대항했던 레지스탕스 출신이라는 데서도 드러난다.
피에르 신부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어설픈 위로의 말을 던지지 않는다.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그 위로를 전달한다. 엠마우스가 오랜 세월 지속돼 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사랑이 ‘구두선’이 아니라 실천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을 "자신 밖에서 더 커지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를 지운다거나 자신을 부정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남으로써 ‘커지게’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피에르 신부는 자신의 삶의 철학을 응축하고 있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다른 사람들 없이 행복할 것인가 아니면 이들과 더불어 행복할 것인가. 나 혼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과 같이 느낄 것인가."
피에르 신부는 신앙의 현실참여를 강조한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공정한 분배의 문제로 이어지는데 자칫 과격해질 수도 있는 주장이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데는 그의 유머가 한몫을 한다. ‘단순한 기쁨’속에는 피에르 신부의 인간적인 체취가 짙게 배어있다. 이 책에서 피에르 신부는 하나님과 교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풀어 놓고 있다.
사회에서 소외됐다가 피에르 신부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 우리도 마음을 담아 나누고 구원을 베풀고 있는데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 여러분들이 그런 일을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연말이다. 소외된 이웃을 향해 입술만의 사랑과 위로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피에르 신부의 삶은 우리를 비춰보는 거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조윤성 기자>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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