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큼 아름다운 피조물도 세상에 그리 흔하지 않을 성싶다. 탄탄한 근육에 군살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엉덩이, 흩날리는 갈퀴, 그리고 양순한 성품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커다란 두 눈. 그러나 더 아름다운 것은 말을 달리는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석양녘의 바닷가에서, 그리고 풀 향기 가득한 산길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운 기수가 말을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은 차라리 한 폭의 그림에 가깝다.
정재영씨(48, 선글래스 도매업)가 애마 남편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은 지난 8월부터. ‘오케이 목장의 결투’를 보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멋지게 말을 달려보고 싶어하던 그의 오랜 소망은 올림픽 승마 코치 겸 국가 대표 선수였던 박석준 씨와의 만남으로 싹이 트게 된다. 물론 지금 그가 하는 승마는 웨스턴이 아닌 영국 스타일. 단순한 운송 수단으로 말을 타는 것이 아니라 마술을 배우는 영국 스타일은 예술의 경지에 가깝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야성미 넘치는 황야의 무법자보다 복장과 격식을 제대로 갖춘 귀족 편이 훨씬 멋스럽게 느껴진다.
그는 승마가 다른 운동과는 달리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존경과 사랑, 자연과의 교감이 필요한 스포츠라 얘기한다. 주말의 이른 새벽 마장으로 향하는 그는 애마에게 줄 당근 한 봉지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몸에 묻은 오물을 닦아주고 털을 빗겨주며 말의 배설물을 치우는 것에서부터 승마는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움직이는 말 위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그는 승마를 시작한 지 한 달 반만에 달릴 수 있었다고 하니 타고난 애마 남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승마를 시작하고부터 심폐기능과 소화 기능이 좋아지고 혈액 순환이 촉진되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승마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신흥 귀족이나 즐길 수 있는 사치 레저로 생각되기 일수였다. 그야말로 돈, 시간, 건강 삼박자가 맞아야 할 수 있었던 운동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한 달, 4차례 승마에 드는 비용이 150달러로 어느 운동에 못지 않게 저렴하다.
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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