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과 일본에서 월드컵 축구 대회가 열린다. 64년, 88년 각각 올림픽을 개최했던 일본과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이례적인 영광을 안았다.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때로는 원수 사이로 때로는 좋은 경쟁자로 지내왔다. 이런 의미에서 월드컵 공동 개최는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는 종래의 양국 관계를 한결 가깝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바람직하다.
대회 규모와 지구인들의 관심도에서 자웅을 가리기 힘든 올림픽과 월드컵은 분명 단순한 스포츠 행사만은 아니다. 이는 올림픽 경기 종목과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지구인들이 함께 즐기고 참가자들이 당당하게 승부를 가리는 축제이자 경연장이다.
또한 월드컵과 올림픽은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개최국 위상을 높이고 그 나라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림픽 경우 일본은 도쿄 대회를 치른 뒤 소니를 세계적인 전자제품 생산 판매 회사로 발돋움케 했다. 일본과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만 알려졌던 스포츠 용품사 아식스와 미즈노는 올림픽 이후 전세계적 브랜드로 도약했다.
또한 일본은 당시 유도와 배구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 정상을 정복하면서 엄청난 실익을 얻었다. 유도 4개 체급에서 3개 체급을 석권한 뒤 일본은 유도 사범들을 해외로 대거 진출토록 해 외화를 벌어들인 것은 물론 일본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케 했다.
일본 여자배구는 당시 적수가 없다던 소련을 꺾고 우승, ‘동양의 마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국제 배구계를 장악, 일본 배구 상품들을 국제 공인용품 및 시설물로 받아들이게 했다.
종래 국제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은 바닥을 캐나다산 단풍 나무로 깔아왔다. 그러나 국제배구연맹 기술분과위원회 등을 장악한 일본은 자국 도레이사가 개발한 인조 바닥 타나플렉스를 국제 경기장 공인 플로어로 규정, 이를 현재까지도 독점 공급하고 있다. 배구공 역시 일본 미카사 제품이 공인구로 결정돼 역시 배타적 수혜를 받고 있다.
한국은 88올림픽을 치르면서 일본만큼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물론 대회를 준비하고 치루는 과정에서 한국의 유무선 통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이는 한국의 정보통신 산업이 현재 세계 정상급 수준을 기록하는데 밑거름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만큼 다방면에 걸쳐 열매를 따지는 못했다.
월드컵 역시 올림픽에 못지 않은 부가가치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행사다.
사실 유럽과 중남미에서는 올림픽 보다 월드컵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관심을 쏟는다. 이 지역 신문들은 올림픽 경우 1면 중간 톱 정도나 스포츠면에서 소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월드컵은 연일 1면 톱을 장식할 정도로 올림픽보다 비중을 높이 두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일본과 공동 개최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묘한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양국간 우호 증진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란 점은 긍정적이지만 일본과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된다는 면에서 우리에게 긴장과 분발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보다 좋은 성적, 세련된 대회 운영, 외국인 관람객들에 대한 친절하고 세심한 배려를 제공한다면 우리의 위상은 한층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반대 상황이 빚어진다면 한국은 일본과의 상대 평가에서 뒤지게 되므로 단독 개최로 인한 절대 평가 때보다 더 큰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많다.
해외에 사는 우리 한인들은 월드컵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는 못할지언정 정신적 성원과 주변 외국인들에게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 월드컵이 예기치 않은 변수로 대회 개막전부터 손상을 입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