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 정지원 (취재부 차장대우)
한국의 장기와 서양의 체스(Chess)를 두고볼 때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바로 ‘훈수 문화’이다.
한국의 부동산업소나 노인정에서 장기판이 벌어질 때면 항상 옆에는 ‘훈수꾼’들이 모여든다. ‘에이, 그건 아니야....잘못하면 포(包) 떨어져...마(馬)로 치고 올라가...’ 등 훈수꾼들의 쉴 새 없는 참견과 유머는 장기판 이상으로 흥미롭고 재미있다.
반면 한여름 워싱턴 스퀘어 팍에서 쉽게 구경할 수 있는 체스 매치는 심각하기 짝이 없다. 체스를 실제로 두고 있는 두 사람은 물론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숨을 죽이고 한수 한수를 지켜본다.
이들은 본인들 나름대로 묘수를 파악하고 앞을 내다보지만 ‘훈수’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여름의 더운 날씨를 마치 체스판의 냉기로 달래려는 듯 서양의 체스 문화는 차갑고 냉정하다.
기자는 장기판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의 정(情)을 무척 좋아한다.
뉴욕 한인사회가 한판의 장기라고 생각한다면 한인사회 각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더들은 장기를 실제로 두고 있는 사람들이요, 일반 한인들은 멋진 승부를 위해 옆에서 훈수를 두며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인사회에서 훈수를 둘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언론에 글을 기고할 수도 있고 단체장이나 한인사회 리더들에게 직접 의견을 건의할 수도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시민권 신청 및 유권자 등록도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훈수’이며 가족들과 함께 코리안 퍼레이드나 추석맞이 대잔치 행사를 찾는 것도 역시 ‘훈수’라고 할 수 있다.
훈수의 특징은 어느 한쪽이 아닌 객관적인 입장에서 장기판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 실제로 장기를 두는 사람들은 지나치기 쉬운 묘수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훈수 문화’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인들이 새해 만큼은 ‘나도 한인사회를 위해 나의 생각과 행동을 단행한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언론을 비롯, 한인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은 한인들의 ‘훈수’를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고 이를 실천으로 옮길 때 우리 한인사회는 여유 있게 ‘장이야...’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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