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마침내 골드컵 격전지(패사디나)가 바라다 보이는 LA로 되돌아왔다.
골드컵 우승·월드컵 16강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LA에 발을 딛자마자 ‘더 따뜻한 남쪽’ 샌디에고로 내려가 고강도 특훈을 벌여온 태극전사들은 7박8일간의 새해 첫 담금질을 끝내고 15일 LA에 컴백, 코리아타운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동 첫날의 휴식 같은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중단 없는 훈련과 보다 강도 높은 시험이 기다리고 있을 뿐.
네덜란드 출신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6일 오후 칼스테이트 풀러튼(CSUF) 구장에서 MLS 강호 LA 갤럭시를 상대로 골드컵 최종 리허설을 겸한 연습경기를 갖는다. 연습이란 꼬리표가 붙어있긴 해도 갤럭시전은 월드컵의 해 2002년에 벌이는 실전 첫판이어서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부임 첫해인 지난 한해동안 ‘한국 축구의 거의 모든 것’으로 통했던 홍명보를 하선(?)시키는 극약처방까지 동원해 수비라인 재정비에 심혈을 쏟은 결과 상대팀의 주요 공격수에 대한 맨투맨 표적수비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2선 공격수에게 빈틈을 허용하거나 공에만 눈이 팔린 나머지 사람을 놓쳐 낭패를 보는 식의 고질병을 상당부분 치유했다. 월드컵의 해 2002년을 맞아 그가 스스로 내놓은 숙제 0순위는 공격력 강화. 따라서 이번 갤럭시전은 비록 새해 훈련돌입 열흘도 채 안 돼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히딩크식 ‘한국 축구 길들이기’가 공격부문에서 어떻게 투영되는지 가늠해볼 첫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샌디에고 특훈 결산회견에서 일각의 전력 노출 우려에 대해 "요즘처럼 정보가 모두 공개되는 시대에 감춘다고 감춰질 것도 없다"며 98년 프랑스월드컵 때 한국팀의 예를 들어 "그렇게 한다고 성적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상대가 보기에는 자신감이 없어 보여 되레 (자기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갈, 연습경기든 평가전이든 관계없이 월드컵 그 날까지 항상 최상의 진용을 갖춰 최상의 실험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대망의 월드컵 잔디 밟기까지 거쳐야 할 내부 경쟁 관문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선 월드컵 엔트리 작성 때까지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더라도 벤치가 아닌 실전에 투입돼야 하며 그것도 기왕이면 후보가 아닌 스타팅 멤버로 푸른 잔디를 누벼보고 싶은 야망이 LA에 온 25인(+알파)의 태극마크 사나이들 가슴에 예외 없이 박혀있다. 어차피 숨길 수 없는 이상 당당하게 까놓고 하겠다는 히딩크식 준비철학이 아니라도 태극전사들이 훈련 연습경기 평가전 가림 없이 저마다 쌍심지를 켜고 덤빌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샌디에고 특훈에서도 자체 미니게임·공수훈련 도중 유상철 김태영 등 몇몇이 후배들의 발길에 차여 상처까지 입는 등 불꽃튀는 내부 생존경쟁은 미국 등 ‘외적과의 한판승부’ 못지 않다. 지금 한국축구 대표팀의 열기는 이미 끓는점을 넘어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