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문 오른쪽 구석을 노려찬 호세 안토니오 노리에가의 슈팅. 명중. 왼쪽을 겨냥한 이을용의 왼발슛도 그대로 네트안에 철렁. 프란시스코 가브리엘 데 안다의 슈팅 역시 오른쪽 구석에 안착. 먼저 몸을 쓰는 상대골키퍼의 모션을 역이용한 이동국의 한복판 슈팅 역시 목표물에 안착.
전후반 90분에 이어 연장 전후반 30에서도 골맛을 보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들어간 한국팀에 최후의 미소를 안겨주는 장면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골문 왼쪽으로 휘려다 각이 둔해진 루이스 알폰소 소사의 슈팅을 잔뜩 웅크린 이운재가 그대로 걷어냈다. 이어 나온 최성용의 슈팅은 이동국의 그것과 똑같은 궤적을 그리며 골네트에 휘청. 한국이 한점 앞선 상태에서 볼은 다시 멕시코의 이그나시오 이에로 앞. 그의 발끝을 떠난 볼을 정확히 골문 오른쪽 상단 그물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운재의 판단은 정확했고 몸은 기민했다. 미리 알아차린 듯 몸을 날린 그의 손끝에서 튕기며 골문밖으로. 실수만을 기다리며 숨죽인 멕시코 팬들의 ‘꿈’을 깨버리듯 한국의 4번키커 이영표는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안쪽으로 파고드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더이상 찰 필요없이 승부는 그것으로 끝.
한국의 멕시코전 승리의 마지막 장면은 그렇게 신명났다.
그러나 끝이 좋다고 처음도 좋은 건 아니었다. 전반 45초만에 첫 헤딩슛을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한국은 2분 안토니오 산초에게 골대 맞는 슈팅을 내주고 3,4분에도 수비실수로 위기를 자초하는 등 전반 내내 정신없이 당했다. 21분에는 플레이메이커 마르코 가르세스가 휘어찬 좌중간 프리킥을 수비수들이 서로 미루다 ‘알까기 골’을 먹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렇다할 슈팅 한번 못한 채 끌려 다닌 한국은 전반 43분 송종국이 무려 35m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그게 바로 안풀린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에 비해 후반전은 마치 유니폼을 바꿔 입은 듯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정신을 차린 한국의 일방적 페이스. 1분도 채 안돼 최태욱의 슈팅으로 골문두드리기에 나선 한국은 김도훈이 4분, 6분,9분 연쇄 사격을 가하고 13분 차두리가 노마크 챈스 일보직전까지 치닫는 등 멕시코의 혼을 빼놓았다. 후반 30분쯤 김도훈과 교체된 이동국은 34분쯤 헤딩슛으로 감을 잡은 뒤 곧바로 35분 골지역안에서 수비수 2명을 따돌리고 결정적인 슈팅을 날리며 멕시코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후반 막판 3분여동안 반격을 취한뒤 다시 문잠그기에 들어간 멕시코를 상대로 한국은 사력을 다해 집중포화를 퍼부었으나 끝내기 한방은 터지지 않았다. 연장전에도 한국은 주도권을 쥔 것으로 만족한 채 ‘최후의 심판’을 승부차기로 넘겨야 했다.
<로즈보울-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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