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남았다.
월드컵 개최국 한국과 디펜딩 챔피언 캐나다 등 12개국이 출전한 가운데 지난 18일 마이애미 오렌지보울에서 마티니크-코스타리카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북중미 골드컵 축구대회가 27일 한국-멕시코, 미국-엘살바도르전을 끝으로 ‘파이널 4’를 추려냈다.
조예선 2경기와 준준결승을 거쳐 걸러진 4강은 한국·코스타리카·미국·캐나다.
원년대회(93년)와 2회대회(96년)에서 우승한 ‘북중미의 호랑이’ 멕시코, 지난해 브라질을 격파하는 등 거센 돌풍을 일으킨 끝에 개국이래 처음으로 남미대표로 월드컵본선 잔디를 밟게 된 ‘안데스 고원의 신흥강호’ 에콰도르가 탈락한 것을 제외하면 그런대로 "남을 팀이 남았다"는 평가를 들을 만한 결과다.
따라서 오는 30일 오후 6시부터 패사디나 로즈보울 구장에서 벌어지는 한국-코스타리카, 미국-캐나다의 릴레이 준결승전은 예측을 불허한다.
한국이 조예선에서 동네방네 북신세나 다름없던 쿠바에 진땀을 뺀 끝에 득점없이 비기고 8강전에서는 난적으로 예상됐던 멕시코에 승리하는 등 들쭉날쭉 경기력을 보여왔고 미국 역시 유럽파가 대거 빠진 때문인지 예선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으며 디펜딩 챔피언 캐나다와 월드컵 북중미예선 최우등생 코스타리카도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섣부른 예측은 믿거나 말거나식 말의 성찬에 그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코스타리카전은 객관적 전력이 엇비슷하고 양팀 모두 공인된 주포가 빠져 당일 컨디션에 따라 승부가 좌우될 공산이 크다. 이미 알려진 대로 한국은 유럽파 설기현(벨기에)과 안정환(이탈리아)이 유럽클럽대항전 일정이 겹쳐 대표팀에 차출되지도 못했고 일본에서 활약하는 황선홍 유상철 최용수가 소속팀 일정때문에, 이민성이 부상때문에 각각 조예선을 마치고 ‘조퇴’한 상태. 코스타리카는 축구의 본고장 잉글랜드프로무대를 주름잡는 골잡이 완초페가 빠져 있다.
따라서 양팀 모두 준결승전을 이빨 대신 잇몸으로 치르는 셈이지만 그만큼 홀가분한 입장에서 벤치 선수들의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월드컵 큰승부를 겨냥한 다양한 전술실험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표팀 잔류는 유력하지만 주전확보는 불투명한 후보급 1진 또는 대표팀 잔류 자체가 보장되지 않은 검증미필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이번 대전은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부각시키고 월드컵 큰무대에 설 ‘눈도장’을 받아내는 데 중요한 기회다.이때문에 승패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양팀 사령탑의 태도와 달리 준결승부터는 더욱 불꽃튀는 승부가 벌어질 수밖에 없음을 보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유럽파가 거의 다 빠졌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미국쪽으로 기우는 듯한 예상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미국선수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다소 앞서는데다 한-코스타전과 마찬가지로 후보들의 살아남기 경쟁이 치열해 정신무장이 보통 아니란 진단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이미 탈락해 전력은폐 등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캐나다가 부담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어 유리하다는 전망도 있다. 특히 2000년 골드컵때 동전던지기로 예선을 통과해 깜짝우승을 차지하고 이번에도 동전던지기로 8강에 오르는 등 캐나다가 골드컵 잔디에 서면 유난히 운이 따른다는 점을 들어 미국이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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