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부시 대통령이 2003년도 국방예산을 3,790억달러로 책정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이 국방예산 규모는 베트남전이래 가장 큰 증액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군사력의 미래를 좌우할 구체적인 예산배정 분야, 즉 특정 병기나 전략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공개된 합동 항공작전센터(CAOC)의 자료는 매우 흥미롭다.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CAOC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항공작전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이 통계 자료는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 체계의 각각의 효율성 여부를 보여주는 것이다.
CAOC 통계에 따르면 아프간 공습이 개시된 지난 10월7일부터 본격적인 공습이 막을 내린 12월23일까지 76일간 미군 항공기들은 총 6,500회 출격했다.
공습기간에 투하된 폭탄 및 미사일은 총 1만7,500개로 120여개의 고정목표와 차량, 대공포 등 400여개의 이동목표가 표적이 됐다. 폭탄 및 미사일 가운데 47%는 인공위성이나 레이저로 유도된 이른바 ‘스마트’ 병기였다.
그러면 어떤 전폭기와 폭탄이 최고의 성능을 발휘했을까. 또 제공권 확보경쟁의 라이벌 미해군과 미공군은 아프간 전쟁에서 누가 승자로 떠올랐을까.
물론 명쾌한 해답을 추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프간 전쟁은 미군이 장래에 어떤 항공기가 필요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을 제공했다.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미해군 전폭기들은 전체 출격 6,500회 가운데 75%인 4,900회를 차지했다. 미공군은 출격 횟수는 전체의 25%에 그쳤지만 투하한 폭탄 및 미사일은 총 1만2,900개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특기할 사실은 아프간 공습에서 미공군 작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것은 최근 개발된 최첨단의 하이텍 전폭기가 아니라 냉전시대의 유물로 근래 들어 찬밥신세가 된 B-1 및 B-52 폭격기였다.
B-1과 B-52 폭격기들은 전체 출격의 10%만을 차지했지만 사용된 폭탄 및 미사일 총 1만7,500개 가운데 1만1,500개를 투하 혹은 발사했다. 전체의 무려 65%를 차지하는 것이다.
CAOC의 통계는 해외 육상기지 및 활주로 확보가 용이하지 않을 때 항공모함 탑재 항공기가 육상 기지에서 출격하는 항공기보다 유용하지 않느냐를 둘러싼 해군과 공군간의 해묵은 논란을 다시 한번 몰고 왔다.
보다 더 민감한 사안은 공군 내부의 갈등이다.
전투기 옹호파와 폭격기 옹호파들은 서로 자신들이 공군 전략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프간 전쟁의 성공적인 수행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아직 B-1, B-52를 대체할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 개발계획이 없다.
이와 관련 한 국방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아프간 전쟁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컴퓨터시대의 현대전에서도 장거리 중폭격기의 중요한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B-1과 B-52 폭격기들은 인도양 한복판에 있는 디에고가르시아섬 공군기지에서 이륙, 대양을 건너 내륙 깊숙이 까지 침투하는 장거리 출격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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