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의 도시 뉴욕에서 한국인 일가는 돈을 모아서 세탁소를 사고 시크족들은 열심히 벌어서 옐로 택시를 사며 방글라데시에서 온 사람들은 거리의 신문 가판대를 리스한다.
그중 가이아나에서 온 자매가 일을 좀 크게 벌였다. 항공사를 차린 것이다. 지난해 12월에 찬드라마티 하폴(38)과 라마슈리 싱 자매가 개업한 ‘유니버설 에어라인스’는 비록 비행기가 가이아나 국기와 같은 알록달록한 색깔을 칠한 보잉 767-300 제트기 단 한대뿐이지만 국제선에 취항한다. 사실 이 비행기도 ‘LOT 폴리시 항공’에서 리스한 것이고 일주일에 다섯번씩 JFK 국제공항에서 남미의 카리브해에 있는 가이아나의 조지타운까지 직행 운항할 때 탑승하는 승무원들도 폴란드 승무원들이다.
이 비행기는 자정 이후에 이륙한다. 이민자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데다 도착하면 새벽이니 호텔 값이 절약되는 것이다. 또 수화물에도 제한이 없어 고향 가족들에게 아무 선물이나 가져가기 좋게 했다. 승무원들이 대접하는 기내식도 로티나 카레 같은 가이아나 음식이다.
이 자매는 ‘가이아나 에어라인스 2000’ 항공사가 지난해에 문을 닫으면서 기회를 잡았다. 물론 경쟁사인 BWIA 웨스트 인디스 에어웨이즈나 노스 아메리칸 에어라인스는 비행편도 더 많고 불황을 넘길 가능성도 커 보이며, 신생 항공사는 몇 달 안에 생사의 결판이 나게 마련이지만 항공업계 컨설턴트인 테리 물튼은 유니버설 에어라인은 작지만 확실한 고객층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소수민족들은 자민족기를 선호하는 경향이거든요" 20년 전 가이아나를 떠난 하풀은 고국 방문 때마다 만원에 나쁜 음식, 수많은 경유지를 거치던 자신의 비행 경험에서 항공사 창립을 생각해 냈다. "가이아나 사람을 위한 비행편이 아니었거든요. 가이아나에도 항공사가 하나쯤은 필요했어요."
유니버설 에어라인스의 국제 본부는 퀸스의 방 세개짜리 전 모기지회사 사무실에 자리잡고 있다. 리치몬드 힐의 이 지역은 뉴욕에 거주하는 가이아나 이민 10만명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으로 해외 가이아나 커뮤니티 중에서 최대 규모다.
언젠가 자신의 비행기가 가이아나 농부가 재배한 신선한 파인애플을 뉴욕 시장으로 나르거나 부유한 환경 관광객들이 가이아나의 열대 우림과 강들을 발견하게 할 날을 꿈꿔온 자매는 비행기와 승무원, 연료, 정비 및 보험료로 1,840만달러를 내고도 올해 410만달러 정도의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이아나에서 11명의 투자가로부터 착수금을 마련한 이들은 개업 시기가 절묘했다고 말한다. 이들이 14년의 계획 끝에 비행 허가를 받은 날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9월10일. 다음날 테러 사태로 하풀은 가이아나에 발이 묶였고 결국 처녀 취항은 12월에야 가능했다.
언젠가 비행편을 늘리고 경유지도 추가시킬 이들은 300석이 기본인 비행기 좌석을 243개로 줄여 승객들이 5시간 반의 비행 시간에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도록 했으며, 비즈니스 클래스는 단 8석만을 두었다. 그런데 돈을 쓰느니 가족들에게 몇백달러 더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고객들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또 크리스마스 시즌 이후, 특별 할인가격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가이아나에서 1만4,000톤의 냉동 생선과 새우, 말많은 앵무새와 관상용 물고기도 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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