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있는 미국의 스미소니언이나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된 유서 깊은 운석을 한 조각만 갖고 싶은 사람은 아무리 백지수표를 가지고 가서 사정해 봐야 파는 물건이 아니라는 대답만 듣는다.
그러나 콧대높은 두 박물관 학예관들의 마음을 움직일 좋은 방법이 하나는 있다. 바로 다른 운석을 가지고 와서 바꾸자고 하는 일이다.
희귀 운석은 그 자체가 화폐의 역할을 해서 개인 수집가들은 바로 이 방법으로 세상에서 가장 귀하다는 박물관 소장품들을 손에 넣는다. 뉴욕의 미국 자연사 박물관 내 천문관의 센터피스로 미국에서 발견된 운석중 가장 큰 15톤짜리 ‘윌라멧 운석’ 두 조각이 이번 달 경매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고, 그 때문에 자기 땅에서 발견한 그 운석을 신성시하는 오리건의 미국 원주민 부족은 심기가 불편해 있고 일부 박물관 협회 관계자들도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최근 몇년 들어 수집가 시장이 형성되면서 운석 가격은 온스당 수천달러로 뛰어올라 대학이나 박물관들이 입수하기에는 너무 비싸졌다. 이들 학술기관들은 대신 수집가들이 원하는 역사적인 운석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거래가 시작된 것이다.
뉴멕시코 대학의 운석연구소 학예관인 라이언 존스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장사꾼들은 연구용으로 자료를 기증하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는 연구하려면 자료를 손에 넣어야 하므로 소장품중 많이 갖고 있는 것을 조금 덜어내서 과학적 가치가 있는 다른 것과 맞바꿉니다"
일단 개인 손에 들어간 박물관 운석은 대개가 아주 작은 조각으로 잘려져서 팔리고, 되 팔리면서 때로 아주 큰 이윤은 남기기도 하고 더 많은 운석들을 수집할 수 있게 해준다. 수집가들은 그렇게 값이 올랐기 때문에 운석을 채취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 결과 과학자들에게도 도움이 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물관 관람객들은 볼 것이 적어지기도 한다. ‘윌라멧 운석’도 박물관 측이 4년전 28파운드를 잘라낸 맨 윗부분의 1피트 정도는 반질반질하게 윤이 난다. 박물관은 이 운석 조각 28파운드를 뉴욕의 개인 수집가 대릴 피트가 가지고 있던, 화성에서 온 조그만 운석과 바꿨는데 피트는 그 28파운드에서 잘라낸 3.4온스 조각을 지난 2월10일, 경매를 통해 1만1,000달러에 팔았다. 그것을 사들인 딜러로 ‘마일 하이 운석’이라는 상점 주인인 맷 모건은 예닐곱 조각으로 잘라 몇 개는 갖고, 몇 개는 웹사이트(mhmeteorites.com)에서 팔고 있다.
이 경매 때문에 이 운석이 처음 발견된 오리건에 사는 클라카마스 인디언 부족의 후손들은 매우 심기가 불편하다. 그들은 운석을 땅과 하늘과 물의 영적 결합으로 여기기 때문인데 박물관과 피트의 거래는 벌써 2년 전의 일이었고 박물관측은 이제 더 이상은 운석을 조각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문화적 고려는 차치하고라도 박물관 관람객 및 국제박물관협회 윤리위원회 등은 연구 목적이 아니라 수집가의 욕심을 채워주려고 운석을 잘라내는 일의 윤리적 당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물관의 소장품은 돈벌이 자산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자연사박물관의 대표 학예관인 마이클 노바첵은 피트와 맞바꾼 매우 희귀한 화성 운석은 평범한 철인 윌라메트 운석보다 과학적으로 훨씬 중요한 것이라면서 그 판매 내지 거래는 오로지 소장품의 과학적 가치를 높이려는 박물관의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미국박물관협회 윤리규정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