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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길/이철환 글·그림/삼진기획 펴냄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은 연탄재를 하찮은 쓰레기로 보지 않는다. 보잘 것 없이 푸석대는 연탄재의 희뿌연 색은 그 누군가를 위해 뜨겁게 몸을 불사르고 남은 희생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연탄재들이 부서져 생긴 연탄길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미끄러운 빙판에 깔린 연탄길은 그 위를 걸어 가는 이들을 넘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준다. 그러나 그 의미를 한번쯤이라도 생각하며 연탄길을 밟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이철환이라는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쓴 ‘연탄길’에는 바로 자기를 버리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바로 연탄길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둠속에서 스스로 빛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빛이 될순 없지만 더 짙은 어둠이 되어 다른 이들을 빛내준 사람들의 이야기, 부족함 때문에 오히려 넉넉한 사람들의 이야기…. 나는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 책에는 오랜 취재를 통해 수집한 실제 이야기 40여편이 작가가 직접 그린 정겨운 그림과 함께 실려 있다. 몇 년전 큰 인기를 모았던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류의 책인데 소재가 우리 이웃들이어서 인지 훨씬 찡하게 다가온다.
중국집에 들어 온 부모 없는 아이들이 혹여 상처를 입을까봐 엄마 친구인 것처럼 가장하며 자장면을 먹이는 안주인의 따스한 마음이 그려져 있는 ‘풍금소리’. 이 글속에서 작가는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소리 없이 아픔을 감싸 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라고 묻고 있다. 또 자기 아들을 고아원 아이들과 같이 키우면서 아들에게 매서운 회초리를 드는 한 고아원 원장의 차별없는 사랑을 그린 ‘방울토마토’,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딸을 위해 자신도 다리를 다친양 거짓으로 보조다리에 의지하며 딸이 좌절하지 않도록 잡아 주는 아버지의 가없는 사랑이 넘쳐 나는 ‘아빠의 눈물’…. 이 책속에는 기꺼이 연탄길이 되고자 하는 인생들의 감동적인 사연들이 이어진다. 읽다보면 몇차례 눈시울이 시큰거림을 느끼게 된다.
’연탄길’은 방송등에 소개된후 베스트 셀러가 됐으며 작가 이름 또한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러자 바로 같은 저자에 의해 ‘반딧불’이라는 책이 나왔고 뒤이어 ‘연탄길 2’가 나왔다.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널리 알리자는 뜻이겠지만 상업적인 의도 때문에 마땅히 느껴야 할 감동이 희석되지 않을까 적잖이 우려가 되기도 한다.
<조윤성 기자>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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