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물 들여다보이는 주머니, 방석까지 추가
▶ 9.11 이후 달라진 환경에 맞춘 신종 여행가방
2001년 9월12일 새벽, 이 세상의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이 아직 전날의 비극에 대한 뉴스를 소화하느라 바쁠 때 10여명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마케팅 간부들은 로드아일랜드의 회의실에 모였다. 이들의 임무는 9월11일로 인해 초래된 변화에 부응하는 여행 가방을 새로이 개발해 내는 것이었다.
이 ‘샘소나이트’사 디자이너들은 곧 공항에서 오래 줄 서 있을 때 의자로도 사용할 수 있는 가방을 생각해 냈다. 또 강화된 검색대에서 요원들이 가방 안의 속옷까지 일일이 손을 집어넣어 꺼내보지 않고도 통과시킬 가방도 만들어 냈다. 탑승객에게 단 하나의 작은 가방과 하나의 개인용품만의 기내 휴대가 허용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에는 랩탑이나 기타 몇 가지 개인용품들을 쉽게 넣고 꺼낼 수 있는 주머니가 달린, 든든한 단기여행용 가방도 만들어 냈다.
착상에서 제조까지 걸린 기간이 기록적으로 짧은 ‘샘소나이트’의 이 새 여행가방들은 올 봄부터 판매될 예정이지만 역시 9월12일에 급히 디자이너 회의를 소집한 경쟁사 ‘트래블프로’는 운이 좋았다. 당시의 강화된 검색 규정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가방이 이미 제조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그저 새로운 여행 현실을 염두에 둔 마케팅만 생각해 내면 됐다. 그러고도 9월12일 회의에서 디자인된 가방이 이미 시판되고 있고, 3월 중에 다른 것이 또 하나 나온다.
다른 가방회사들도 신제품을 내놓거나 기존 제품을 개조하고 있다. ‘애틀랜틱’ 같은 회사는 당시 이미 랩탑을 넣을 주머니와 기타 개인용품이 들어갈 주머니를 갖춘 단기여행 가방 개발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9월11일 이후에는 기내 휴대용 가방의 크기 제한이 강화될 지에만 신경을 쓰면 됐다. ‘애틀랜틱’은 결국 기내 객석 윗칸에 쏙 들어가도록 가방의 크기를 조금 줄였다.
9.11 이후 새로 나온 여행가방 중에서 두 가지가 눈에 뜨인다. 하나는 ‘샘소나이트’의 ‘실루엣 7 하드사이드 캐리온 업라이트 수터 위드 컴포트 시트’(380달러)라는 긴 이름의 바퀴 달린 가방이다. 닫은 가방 위에 놓고 편안히 앉을 수 있는 방석이 달렸을 뿐만 아니라 그 방석을 넣을 작은 주머니까지 따로 마련해 놓은 이 가방은 긴 손잡이를 빼면 등을 기댈 수도 있다. 이미 하드커버 샘소나이트 가방을 가진 사람은 방석(9달러99센트)만 따로 살 수도 있다.
이 ‘실루엣 7’이 바로 9월12일 회의에서 디자이너들이 낸 아이디어의 결실이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줄이 길어질 테니까 딱딱한 가방에 붙일 수 있는 방석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이 회사의 디자인 디렉터인 에이미 울프는 말한다. 그밖에도 디자인 팀은 검색 요원이 가방 안을 더 철저히 뒤질 테니 2개의 그물 디바이더를 달아 가방을 열면 그물 아래로 내용물이 들여다보이도록 했다.
그 팀의 일원 중 1명은 중요한 출장 회의에 양말이 없이 다녀왔다. 한 칠칠치 못한 검색요원이 가방을 뒤지다가 그의 양말까지 꺼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 문제는 ‘트래블프로’사의 59달러짜리 ‘오버나이터’를 사면 쉽게 막을 수 있다. 이 접는 옷가방 스타일의 가방에는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투명 플래스틱 주머니가 달려 있어 검색 요원들이 주머니를 열어볼 필요가 없게 되어 있다.
이 ‘오버나이터’는 사실 주 목적지에 가는 길에 잠깐 다녀오는 여행에 안성맞춤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회사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보다 더 큰 가방도 내놓았다. ‘가멘트 슬리브 위드 리무버블 스토리지 백’(100달러)은 언뜻 보아서는 평범한 옷가방 같지만 그 안에는 랩탑용 주머니도 있고, 이름처럼 안에 넣어도 되고 바깥으로 빼내도 되는 지퍼 달린 주머니가 따로 있다. 검색요원이 손을 집어넣어 옷가방 전체를 휘저을 필요 없이 그 주머니만 빼내서 보고 다시 집어넣게 한 것이다.
또 가방을 한쪽은 그물망, 다른 한쪽은 투명 플래스틱으로 덮어 검색요원이나 가방 주인이나 모두 편하도록 했다.
’마젤란스 트래블 캐털로그’를 통해 판매되는 ‘이퀴녹스 익스팬더블 스포트 유틸리티 트렁스’(169달러)는 진짜 꼼꼼한 사람을 위한 가방이다. 10여개나 달린 주머니의 지퍼들을 모두 한번씩 열어보는데 2분이 걸릴 정도. 사용자는 주머니가 없어서 짐을 넣지 못할 일은 없지만 검색 요원은 그 많은 것을 열어보려면 악몽 같을 것이다. 마젤란에서는 ‘이글 크릭’ 제품인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그물 주머니와 폴더도 예전부터 판매하고 있다.
’샘소나이트’의 ‘실루엣 7 인스턴트 뷰 바이폴드 토트’(130달러)는 컴퓨터 케이스와 오버나잇 백을 합해 놓은 형태다. 그물과 투명 플래스틱 디바이더가 달려 있어 한쪽에는 개인용품, 다른 한쪽에는 사무용품을 따로 챙겨 넣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 장점.
조금 요란한 가방도 괜찮은 출장객이라면 ‘애틀랜틱’의 ‘업라이트 버추얼 오피스’(169달러)도 괜찮다. 옆으로 쉽게 랩탑을 꺼낼 수 있게 된 이 가방에는 편지지 크기의 파일들을 넣는 섹션도 있다. 단기 출장용으로 디자인된 이 바퀴 달린 사무실에는 지갑, 열쇠, 셀폰, 카메라. 펜과 메모지를 넣을 주머니가 따로 있으며 색깔도 다양하여 주로 여성 간부 및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되고 있다.
이들 최신형 여행가방을 장만하면 다음으로 할 여행 준비는 슬리퍼를 신어 신발 검색을 쉽게 통과하고, 심을 넣지 않은 브라, 플래스틱 버클이 달린 허리띠, 벨크로로 앞섶을 잠그는 바지를 착용하며, 오래 읽을 좋은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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