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성원 박사의 경제칼럼 7>
▶ <웰스파고은행 수석 경제학자>
이번 칼럼에서는 위기에 봉착한 일본 경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위기의 원인
우선 소비자 물가가 2년 이상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정부의 침체와 은행의 0% 이자율, 악성 크레딧 양산 등도 디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실제 금리를 상승시키고 있으며 소비자와 기업 모두 실제 부채의 부담은 늘어났다. 실업률은 2차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소매고 역시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1만9,000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문을 닫았다. 게다가 추가 디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이 나오면서 소비자나 기업 모두 소비를 늦추거나 연기하고 있다.
부실대출은 사상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부실대출이 대손 처리되고 디플레이션과 불경기로 인해 일본 은행들의 재정은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측은 이 같은 부실 대출에 대한 처리를 꺼리고 있다. 대신 부실대출을 숨기기 위해 새로운 융자를 제공하고 있다. 부실대출에 대한 우려로 은행들은 신용이 좋은 소비자들에 대한 융자도 꺼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는 은행대출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일본의 총 부채는 30조달러에 달한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6배다. 미국의 총부채가 GDP의 2배인 19조달러라고 하면 일본의 부채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 신용시장에서 일본은 이제 칠레와 같은 신용등급으로 추락했지만 앞으로 폴란드나 남아공 같은 수준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우려로 인해 일본의 기업과 소비자들은 긴축재정에 들어갔으며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
실행에 옮기기 힘든 개혁
고이즈미 수상은 "일본을 변화시키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개혁은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현재의 고통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일본의 개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본이 지금 필요한 것은 뼈를 깎는 고통과 외부의 자극이다. 이런 것 없이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은 실제 금리를 낮춰놓을 것이며 채무자의 대차대조표를 개선시켜 부채 부담을 줄이게 되고 마침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량은 크게 늘지 않았으며 은행융자도 지난 4년간 하락세다. 미 경제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조언하고 있다. 일본 경제에 있어 무역부문의 의존도는 10%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의 25%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디플레이션과 엔화 약세는 일본 상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줬다. 도요타 같은 자동차는 더 싸졌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다른 메이커들도 가격을 내려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경우 수출 상품의 60%가 일본 상품과 경쟁해야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아시아권 국가의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다.
일본이 해외에 대출해준 자금은 3조달러에 이르고 있다. 미국에만 3,330억 달러가 채권과 대출에 묶여 있다. 일본 은행들은 ‘홋카이도 다쿠소쿠’ 같은 중형 은행이 몰락하자마자 1,180억달러의 자금을 회수했다. 이로 인해 지난 97~98년 아시아 경제는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 상반기 중 170억달러를 회수했다. 세계적인 불경기 상황에서 일본의 자금 회수와 같은 투자 중단은 경기 회복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www.dr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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