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이재우(61)씨가 브로드웨이의 장수 뮤지컬 ‘왕과 나’ (The King and I)의 애국심 투철한 총리 ‘클랄라홈’ 역으로 3월2일부터 사우전옥스 시빅 아츠 플라자 무대를 장식한다.
대머리 배우 율 브린너와 데보라 커가 경쾌한 음악 ‘춤출까요?’(Shall We Dance?)에 맞춰 성큼성큼 춤을 추던 영화의 한 장면으로도 너무 잘 알려진 이 작품과 이씨의 인연은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67년 한국에서 건너와 70년 오페라 ‘리골레토’의 주역으로 링컨센터 무대에 서기도 한 이씨는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 단역 오디션에 응하면서 대스타 율 브린너와 함께 작업을 시작, 76년부터 85년까지 총 2,500여회의 공연에 출연했다.
당시 배타적이던 브로드웨이는 무려 14번의 오디션 끝에 키 작은 한국청년 이씨에게 단역만을 허락했지만 몇개월간 그의 연기를 유심히 지켜보던 율 브린너의 강력한 추천으로 극의 비중을 차지하는 ‘클랄라홈’ 역을 맡게 됐다고 한다.
"단역을 뛰던 어느 날 율 브린너가 총리 역에 오디션을 보라고 적극 권했지요. 그리고 텅 빈 극장에서 직접 연기시범까지 보여준 겁니다. 오디션이 열리던 날 알려진 배우들도 상당수였는데 율 브린너가 다 못마땅해 하면서 결국 제가 배역을 맡았지요"
이러한 과정으로 결국 평생을 따라다닌 이 역할을 시작한 때가 77년 2월. 이씨는 85년 율 브린너가 폐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그와 함께 호흡이 척척 맞는 왕과 총리로 변신해 전국순회공연을 성황리에 가졌다.
96년까지 크고 작은 프로덕션에서 동일한 역할을 해온 이씨는 현재 버뱅크 스튜디오에서 매일밤 12시가 넘도록 출연진과 호흡을 맞추며 이번 사우전옥스 무대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들과 4월까지 순회공연을 마치면 ‘클랄라홈’역을 무려 2,686회나 하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율 브린너는 왕역을 4,625회 마치고 사망) 이씨가 맡은 역은 노래 없이 연기만으로 표현되는 묵직한 충신이다.
이씨는 "아마 율 브린너 다음으로 이 작품에 많이 등장했을 것"이라며 "극중 인물이 이제는 분신처럼 느껴질 만큼 익숙하지만 매 공연마다 새로운 느낌과 정열로 임하게 된다"고 의욕을 전했다. 현재 그는 사우스베이오페라의 단장을 맡고 있고 나성금란교회의 성가대와 유스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 ‘안나’역은 팝의 명곡 ‘유 라잇 업 마이 라이프’(You Light Up My Life)로 유명한 가수겸 뮤지컬 배우 데비 분이 열연한다. 또한 한인 뮤지컬 배우 김소현씨도 출연해 왕의 무희역할로 활약한다.
1944년 쓰여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안나와 사이암의 왕’ 을 각색해 1951년 브로드웨이에 첫 선을 보인 뮤지컬 ‘왕과 나’는 56년에 만들어진 영화로 한인들에게 더 익숙한 작품으로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 남녀주연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했다.
공연시간 3월2, 5, 6, 7, 8일(밤 8시), 3일(오후 2, 7시), 9일(오후 2, 8시), 10일(오후 2, 7시) 티켓 25달러50센트∼39달러50센트. 공연장 2100 E. Thousand Oaks Blvd.
문의 (805) 583-8700
jjrh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