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신문사에서도 백혈병을 앓는 세라에게 맞는 골수를 찾기 위한 채혈 행사가 있었다.
채혈 전부터 수없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혈관이 빨리 나오기를 기도했지만 이날도 아니나다를까 채혈사가 양 팔뚝을 이쪽 저쪽 무 고르듯 살펴보더니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나중에는 손등까지 살펴본다.
그러다가 오른 팔뚝에서 바늘을 한 번 찔렀다 실패하고 다시 찌른 다음 피를 뽑기 시작했다.
5년 전, 정기적으로 피 검사를 하러 다닌 적이 있었다.
피 검사를 하려고 팔을 걷어 부치면 채혈사들은 팔뚝을 툭툭 쳐보며 혈관을 찾느라 고심 하다가 팔뚝에서 못 뽑고 손목에서, 때로 손등에서 피를 뽑기도 했다.
때로는 겨우 혈관을 찾아 바늘을 꽂았는데 갑자기 피가 나오다 말아 “어, 갑자기 숨어버렸네.”하고 혀를 차는 간호사도 있고 몇 번이고 “괜찮으냐?”고 물어보며 바늘을 찔러대다가 혈관을 망가뜨려 마지막에는 의사를 불러오기도 하는 등 피 검사에 관한 한 많은 수난을 받아왔다.
바늘이 몸 속에 들어왔다 날카로운 통증을 남기고 때로 각을 뜨듯 살을 찌르는 순간 나는 아이의 이름을 수없이 부른다. 내가 낳은 생명을 떠올리며 피가 나오다 멈추지 말고 어서 검사용 튜브를 채우기를 빌었다.
그때도 정기적인 피 검사를 했던 이유가 아이를 한 명 더 낳고 싶어서였다. 지금도 아이를 무사히 잘 낳을 것이라는 보장만 있다면 더 낳고 싶을 정도로 갓난아기만 보면 온 정신을 앗겨버린다.
생명이란 존재는 얼마나 신비한 것인지.
내 아이를 볼 때 아직도 ‘이렇게 예쁜 것이 어디서 났을까’ 싶고 도저히 내가 낳은 것 같지 않아 혼자 감탄하기도 하고 나를 닮은 구석을 찾을 때마다 지금까지 세상을 산 가장 큰 보람이다 싶다.
모체의 피와 살을 이어받은 아이가 성장하여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다시 아이를 낳고, 인류의 역사는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그래서 생명의 씨를 받아 아홉 달 동안 포태 하여 밖으로 내보내는 어머니의 자궁은 우주 만물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혈관을 찾는데 나만 유독 피를 뽑는 데 유난을 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수하는 것은, 혹시나 내가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까 해서이다.
만일 내 배 아파 낳은 아이에게 그런 병이 닥쳐온다면 어떤 엄마든지 자신의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 아이를 살리려 할 것이다.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꿈틀대는 태동을 만졌을 때, 막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와 눈을 마주쳤을 때, 첫 발자국을 떼었을 때, 아이에 관한 그런 기억을 갖고있는 엄마들은 아이가 아플 때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알 것이다.
백인이나 흑인보다는 그래도 아시안이 골수가 맞을 확률이 많다고 한다.
여성들, 특히 아이를 둔 엄마들은 누구나 백혈병을 앓는 세라를 자신의 아이처럼 생각하여 채혈 행사에 적극 동참하자.
세라 말고도 골수이식을 기다리는 한인 환자들은 미 전국에 10명 이상이다. 신동현·이현수·에밀리 김·조인애·이리사·양반석·이조앤·조수아 콜레타·송희현 등이 꺼져 가는 생명 줄을 붙들고 투병 중이다.
현재 세라는 비슷한 유전자를 찾아 정밀 검사에 들어가 그 동안 채혈행사에 동참한 2,000여명의 한인 모두 결과가 좋기를 간구하고 있지만 계속적인 한인들의 채혈 검사가 필요하다.
생명을 낳아본 엄마들이 앞장 서 하루빨리 뉴욕, 워싱턴 D.C., 시카고, 텍사스, 로드아일랜드, 노스캐롤라이나 등지에서 백혈병을 앓고있는 이들의 엄마에게 건강한 생명을, 세라 엄마에게 건강한 세라를 돌려주자.
8순 시어머니가 갓 낳은 아기를 보고 한 말이 있다.
“아무리 돈을 주어도 이런 것은 못 사잖아.”
<민병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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