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으면 꽃이나 동정 어린 편지, 이웃 사람들의 포옹으로 시작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수가 훨씬 더 많아 처음부터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째려보는 눈길, 저주하는 전화, 협박 편지, 살해 위협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식을 둔 부모들이다. 부모들은 법적으로 죄지은 것이 없는데도 일반인은 물론 토크쇼 호스트들로부터도 욕을 먹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부모가 자기 자식이 하루아침에 천하의 무도한 악한으로 언론매체마다 톱기사에 등장할 날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인가? 자기도 두렵고 괴로워 주체할 줄을 모르겠는 부모들을 언론매체들은 사정없이 만천하에 노출시킨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유명해진 이후 우리는 무슨 일이 나건 부모들의 탓을 해왔습니다"고 말하는 노스이스턴대학의 사회학 교수 잭 레빈은 살인범과 그 가족에 대한 책을 써왔다. "부모들이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무조건 그들의 편을 들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중은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막대한 고통을 받고 있는 부모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줍니다"
악명높은 자녀의 부모들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미국인으로 탈레반에 가담한 존 워커 린드, 연쇄살인범 제프리 다머, 학교 총격사건 범인의 부모등 10여명에게 전화나 e 메일을 보내야 아무도 응답하지 않지만 그건 놀랄 일이 아니라고 심리학자, 사회학자들은 말한다. 어마어마한 수치감과 싸우고 있는 부모들이 언론을 통해 그 끔찍한 이야기를 다시 하는 일은 지나치게 고통스러운 일일뿐더러 법적으로도 제한이 많다.
콜럼바인고교 총격 사건의 범인중 하나인 딜런 클리볼드의 부모들의 경우 피해자들로부터 "총 3억달러가 넘는 소송에 걸려 변호사로부터 함구령을 받고 있다"고 ‘포위당한 부모’라는 책을 쓴 코넬 대학 교수 제임스 가바리노는 말한다.
여론조사는 자녀가 저지른 죄악에 대한 책임을 부모에게 묻는 대중의 경향을 보여준다. 콜럼바인 사건 직후 갤럽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4%가 최소한 일부나마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CBS 뉴스 여론조사에서도 총격 사건은 부모의 탓일 뿐만 아니라 가장 큰 원인 제공자라는 응답이 40%나 됐다.
사실 그런 끔찍한 사건 5개중 4개는 최소한 한쪽이라도 부모로부터 받은 정서적, 신체적, 성적 학대의 결과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믿고 있다. 그러나 5개중 1개는 부모가 상당히 안정되고 따뜻한 가정 환경을 제공했는데도 자식이 잘못된 경우다.
아이의 뇌속 화학 물질이 불균형하다던가, 어릴적 뇌에 입은 외상, 또래들의 영향 같은 요인이 작용할 수 있지만 "클리볼드 부부는 아이를 학대하거나 방치하지 않았고 관심을 가지고 사랑했다. 그래서 왜 좋은 부모의 자식이 나빠지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고 가바리노는 말했다.
흉악범이 잡히면 언제나 그 부모에 대한 헛소문과 거짓말이 나돌게 마련이다. 헤랄도 리베라의 토크쇼에 나온 게스트가 제프리 다머의 아버지 라이오넬 다머가 아들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다른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접촉이 필요할 때 부모들을 고립과 근거 없는 손가락질에 시달린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의혹과 수치 앞에 무너져 버리고 만다. 제프리 다머의 어머니 조이스 플린트가 그랬다. 다머는 플린트가 훌륭한 어머니였다고 반복해서 말했다고 변호사들이 전하지만 플린트는 괴물의 어머니라는 자책감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기도했다, 유방암으로 세상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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