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현 칼럼]
▶ 박정현 가주정부 전산시스템 경영자
야! 저건 너무 우습지 않니? 분명히 혼자있는 거실에서 아이가 깔갈거리며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랑 저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나하고 가보니 황당무괴한 어린이 만화영화를 보며 제옆에 한줄로 나란히 앉아있는 동무들하고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동무들이란 다름아닌 색색가지 색깔옷을 입은 털복숭이 장난감 동물들이다. 누런 강아지, 붉고 푸른 애기곰, 무지개색 나비, 초록색 거북이. 노란색 오리, 연두색 달팽이, 희고 노란 껍데기에 앉은 병아리, 모두 총 출동해서 만화영화를 아이와 감상(?)중이다.
하도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내가 막 웃으니 아이는 변명한다. 우리 동무들도 영화가 보고 싶대요 나도 동무가 더 많을수록 보는게 재미있거든요! 그래.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같이 재미있게 잘 봐! 나도 맞장구를 쳐주고 물러 서버린다. 그 아름다운 동심을 느끼는체라도 해줘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나는 한편으론 너무나 흐뭇했다. 저렇게 네살동이때 하던 그 장난이 아직도 너무 귀여워서..
그게 뭐 대단하다고? 우리아이는 며칠 전에 열 세살이 되었던 것이다. 저 또래 애들 대부분이 비데오 게임이다 록앤 롤이다하고 조숙한 짓하느라 정신없을 나이에 저토록 귀염스레 동심의 세계에 매달려 있는게 기특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왜냐면 그건 아이가 정말 만족하고 행복스런 유년시절을 지내고 있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기에.
행복한 유년시절 - 나는 이것이 한 부모로서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은 평생토록 성격이 밝고 원만한 성인이 될 수있는 토대가 단단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고난의 시대에는 행복한 옛날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하기도 하고 다른 불우한 어린이들을 보면 아낌없이 도와주려고도 노력한다. 애들을 사정없이 나무래고 턱없이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그들에게 당신도 한때는 어린이였지 않느냐고 묻는다. 감수성 예민하고, 겁도 많지만, 꿈도 공상도 한이 없는 어린시절, 그 어린 시절을 보호해주는 것은 우리자신도 잠시 어린이가 되는 것처럼 좋은 일이다.
그런데 요즘 어른들은 어떤가. 사업이니 뭐니 하고 정신없이 살면서 아이들 양육에 소홀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 고생은 자식들이 잘 살라고 한다고 노상 말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근처에 사는 한 한국인 부부는 조그만 장사를 한다고 한국에서 잘 사시는 장모님을 모셔와 아이를 떠맡기고 하루 열 한시간 - 열 두시간씩, 쉬는 날도 하루없이 일요일에도 공휴일에도 일했다. 아이는 잠 잘 때 말고 거의 보지 못했다. 할머니는 하루종일 아이 하자는 대로, 먹자는 대로 다 해주다보니, 돈벌이가 더 잘 될 수록 아이는 점점 뚱보가 되고 버릇이 없어졌다. 외출을 하면 아이는 아무거나 보는대로 남의 음식도 집어먹고 업어달라는 둥 정말 천치같이 어처구니가 없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부모는 죄없는 희생자인 아이에게 창피하다고 소리만 지르고. 그 부모들은 과연 고생한 보람을 느낄까?
좋은 예도 있다. 내 친구중 한 사람은 유난히 양지바른 곳에 활짝 핀 꽃처럼 미소가 밝고,유모어가 풍부하며, 사업에도 명석한 이가 있다. 그 사람은 언제나 자기 어린애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 애틋한 부모의 정을 언제나 느낄 수 있었다. 그 사람또한 그런 부모의 정을 받고 자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고보니 그는 해마다 엄마로부터 미국 어린이들의 전례적인 부활절 선물바구니를 받았다 한다. 장장 나이 삼십세가 될 때까지! 그렇게 자란 사람이 어떻게 삐뚤어 질 수있겠는가?
또 한 사람은 자기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남의 아이들에게도 좋은 일을 하더라. 가사에 쪼달리다가 사업에 성공하여 다른 주로 멀리 가족이 이사를 갔는데 아이들이 옛날 단짝친구 생각이 간절한 것을 보고, 여름방학이 오자 자비부담하여 가난한 친구애들을 손수 비행기태워 데려왔다가 한여름 지난후 데려다주었다. 이 어린이들에겐 오래 오래 잊지 못할 여름...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가.
나도 한 가지 자랑이 있다. 이젠 열세 살이 된 우리 꼬마. 그 애를 본 사람이면, 가족들이나 친지들, 학교 선생님들 모두 칭찬한다. 예의 바르고, 우스개 잘하고, 다정 다감하고, 누구든 잘 도와주며 일등을 해도 절대 잘 난척 않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옛날식 동심이 철철 넘치는 것이다. 오늘도 그애는 잠자러 가기전에 엄마 아빠한테 포옹하고 뽀뽀한다. 그리고 제 강아지한테도 더없이 정답게 인사한다 - 굿나잇 밴디. 아이 러브 유.
아, 보배같은 어린 시절이여, 동심의 세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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