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무분별한 어학연수
▶ ’놀자파’는 흥청망청 ‘근로파’는 생계급급
한국외대 3학년 재학 중 어학 연수차 유학왔다가 지난 18일 변사체로 발견된 김대성(25)씨 사건은 최근 붐을 일고있는 한국 대학생들의 해외연수에 또 다른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한국 대학 생활의 한 패턴으로 자리잡은 해외어학연수는 최근의 취업난으로 취업을 위한 필수 코스가 됐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의 흥청망청 유학생활,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유행에 편승해 분에 맞지 않는 어학연수 및 유학으로 시간만 허비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크게 늘고있는 한국대학생들의 무분별한 어학연수 행태를 진단해본다.
■사례
지난해 초 UC계열대학 부설 6개월 어학코스에 등록한 양모(20·H대 2년 휴학)군. 영어실력과 해외연수 경력을 쌓는다며 부모를 졸라 미국에 온 뒤 처음에는 기숙사 생활을 착실히 했으나 비슷한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서 영어공부는 뒷전이 됐다. 3달만에 친구들과 아파트를 얻어 나온 뒤 타운내 한인 운영 렌트카 업소에서 매달 550달러를 주고 차를 빌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집에서 보내주는 돈을 대부분 한인타운 술집 등에서 유흥비로 탕진하는 흥청망청 연수생활을 계속한 양군이 1년간 부모에게 갖다 쓴 돈만도 수천만원. 그는 막대한 지출에 견디다 못한 부모에게 끌려 결국 마지못해 귀국했다.
군복무를 마친 뒤 지방대에 복학을 앞둔 김모(23)군은 해외연수 붐에 편승, 첫 학기 등록비만 달랑 들고 연수에 나선 케이스. LA인근 칼리지 ESL 과정에 등록했으나 금방 돈이 떨어져버리자 학비가 싼 타운내 영어학원으로 옮긴 뒤 체류에 필요한 최소 월 1,500달러 가량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타운의 한 식당에서 일을 시작, 학원에는 이름만 올려 놓은 채 하루하루 힘든 생활을 10개월째 계속하고 있다.
김군은 "그냥 한국에 돌아갈 수도 없고 이곳에서 칼리지에 진학하자니 실력이 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태
LA지역 대학 부설 ESL과정이나 한인타운내 영어학원 등 사설 영어연수기관에서 연수 과정을 밟고 있는 한인 학생들은 연간 1,000∼2,000여명에 이르며 이들 중 휴학 후 단기연수에 나선 대학생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유학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이들중 대부분은 정상적인 연수생활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위 사례처럼 영어실력 향상과는 거리가 먼 ‘유흥성 연수’나 학교를 전전하며 시간만 보내는 ‘시간때우기 연수’, 공부는 뒷전인 채 생활비 벌기에 급급한 ‘근로성 연수’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타운내 한 학원 관계자는 "학원에 6∼7개월 다니다 한국의 친구들로부터 ‘미국까지 가서 학원에 다니느냐’는 말에 칼리지 ESL과정으로 다시 옮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연수생 박모(21)군은 "처음에는 대학 ESL코스로 미국에 왔다가 이내 한인타운 학원으로 옮겨 학교를 바꿔가며 머물고 있는 대학생들이 주위에 많다"며 "돈이 없어 리커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자신의 하숙방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연수생 김대성군(25)도 학교를 다니며 리커스토어에서 일을 하는 등 힘들게 연수생활을 했던 경우로 알려졌다.
■문제점과 대책
영어만이 살길이라는 한국의 풍토와 취업난에 밀려 일단 연수를 떠나고 보자는 소위 ‘묻지마 유학’ 심리가 이같은 무분별한 연수 행태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지적이다. 특히 연수 기간과 학습 목표 등에 대한 뚜렷한 계획 없이 연수에 나설 경우 십중팔구 실패한다는 것. 시사영어학원 쉴라 김 원장은 "뚜렷한 목적 없이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한 경우나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연수는 성공이 불가능하다"며 "특히 이곳 현실을 잘 모른채 미국생활에 부딪히며 벌어서 연수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chris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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