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보면 의외로 노총각, 노처녀들이 많다. 그 중에는 당당하게 독신주의를 자처하며 홀로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사는 젊은이들도 있다. 그러나 자격이 갖추어져 있음에도 결혼을 안하고 있는 젊은이를 보면 웬지 걱정스럽다.
성장한 자녀들의 결혼은 부모들이 반드시 딛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이따금 자녀를 결혼시킨 부모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연애해서 적당한 배우자를 만난 자녀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고 고맙게 여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에 고학력에 모자람이 없는 자녀를 두었으나 40이 되도록 혼기를 놓쳐 애태우는 것을 보게 된다.
이처럼 결혼은 자녀를 가진 모든 부모들의 걱정거리로 한인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이다. 이민사회는 한국에서처럼 젊은이들끼리 만나고 교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다 부모들은 대부분 한인끼리 결혼하기를 극구 원하는 것이 원인이다. 그러면서도 부모가 책임 있게 중신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고 자녀와 그런 면에서 대화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 자란 자녀들도 부모가 선을 보라고 하면 무조건 거부감을 느낀다고 하는 것도 문제이다. 선을 본다는 것이나 누가 중매를 하는 것은 결혼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에서처럼 극적인 만남을 기대하지만 그런 일은 사실상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나 가능할 뿐,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인생이란 길고 지루한 마라톤 경주이다. 그럼에도 결혼에 대해 극적인 환상을 갖고 있다면 신데렐라 신드롬이나 아나스타샤 증후군의 정신심리학적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극적인 만남은 대개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반면 부모나 중매기관을 통해 선을 보는 것은 상호간에 어느 정도 검증되고 비슷한 조건이기만 하다면 의외로 좋을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결혼이란 ‘어떻게 만났느냐’ 보다 ‘어떻게 잘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이다. 결혼 전에는 신중한 모색과 더불어 다양한 만남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는 모순은 결혼에 대한 고민을 잘 표현한 말이다. 서양의 결혼관은 성경에 입각해서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르도록 되어있어 아무도 이를 막아서도 또 거부해서도 안 된다.
카톨릭에서는 혼배성사를 일곱 가지 성례 중 하나로 치며, 미국에서는 목사의 서명으로 결혼이 성립되고, 유럽에서는 교회나 성당에서 결혼증명서를 발급한다. 한국에서도 결혼만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로 결혼의 법도와 절차를 혼례로 소중하고 중요하게 여겨 지방마다 격식이 다르고 까다롭다. 결혼의 가치와 맹약(盟約)은 인간 됨에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여겨왔다.
작가 최명희의 ‘혼불‘은 바로 이런 한국의 결혼 풍속과 결혼에 대해 잘 묘사하고 있다. ‘결혼’이라는 통과의식은 누구에게나 생애 최고의 사건이다. 그래서 그날 하루는 모두가 왕비이고 왕이다. 왕처럼 사모관대도 하고, 왕좌에도 앉고, 여왕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고 왕관을 쓰거나, 말이나 꽃가마, 요즈음은 리무진을 타기도 한다. 결혼은 누구나 성장하면 해야할 의무이며 동시에 권리이다.
결혼을 인륜으로 여기던 이조시대에는 가족 공동체의 의무이며 젊은이들의 특권이었다. 혼기가 찬 자녀를 둔 부모는 집안의 질책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없을 경우에는 그 일가 친척이 결혼에 대한 책임을 공동으로 져야 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오히려 부모들이 ‘언제나 결혼할까’ 자녀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
4월은 결혼의 달이다. 서서히 결혼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많은 결혼식과 관련된 비즈니스 퍼포먼스들이 주변에서 열릴 것이다. 결혼준비를 하는 사람은 행복한 꿈속에서 더 없이 바빠지는 때이고, 반면에 다른 사람에게는 엘리엇의 시구(詩句)처럼 잔인한 4월일 수도 있다.
묵은 나무에도 봄은 다시 오기 마련인데 애인 없이 화창한 봄을 맞는다는 것은 음양 상생(相生)의 계절에 조금은 그럴 것이다. 결혼을 해야 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지체 말고 이 화창한 봄에 자녀들이 짝을 찾아 훨훨 날을 수 있도록 서둘러 선보러 나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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