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진 좀 찍으러 왔는데요"
"예, 무슨 사진이 필요하신가요"
"저-어 그냥........ 좀"
"아하 선볼 사진이군요. 그러면 집에 가서 정장하고 다시 오세요"
젊은이들이 사진 찍으러와서 어물어물하면 십중팔구는 선 볼사진이 필요한 경우다.
더러는 셔츠 바람으로 그냥 들이닥치는 바람에 돌려보내기도 한다.
복장도 엉터리에다 즉석 폴라로이드나 찍어달라는 청년들은 싫은 소리도 각오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못지키며 이십여년 곱게 키운 남의 딸을 달라는 건 경우가 닿지 않는다는 설명까지 곁들여 가면서 말이다.
사진으로 선을 보기 시작한지는 참으로 오래되었다. 초기 이민자들인 하와이 사탕수수밭의 농민들도 상당수 사진신부들을 맞이했었으니까.
요즘은 선보는 사진이 반드시 태평양을 건너지는 않는다.
미국 내에서도 배우자 대상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은 부모님들 세대가 아날로그 세대가 대부분이다.
사진이 인편이나 편지봉투에 담겨 전해지지만 머지않아 이메일로 사진들이 오가서 우체국 신세지는 것도 막을 내릴 것이다.
물론 벌써부터 컴퓨터를 사용해온 첨단부모들은 이미 이메일 사진들을 받아볼테지만.
"아저씨예, 눈가에 주름살 펴주시소. 그리고 볼따구에 점도 뽑아주시지예?"
사진사 아저씨들은 하나같이 성형외과 의사 자격증을 소지한 걸로 착각을 하는지 여자 분들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젊어지고 예뻐지겠다는 염원에는 변함이 없다. 다행히 요즘은 사진만으로 선 보이는 게 끝나는 세상이 아니라 안심은 되지만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바로 성형외과 선생님들이다. 고국의 연예계 여인들을 보라. 그야말로 무공해 연인은 국보급으로 취급받을 만큼 희소가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깎고 땅기고 높이고 불리고 자유자재로 빚어내는 그분들의 솜씨는 가히 미켈란젤로가 두 무릎을 꿇겠다.
요즘 TV를 보노라면 이쪽이 서양인지 헷갈릴 정도로 코 큰 여성들이 부지기수다. 결국은 예쁜 얼굴에만 정신팔려 헬렐레 하는 남자들 때문에 가공수술여성들이 미국에도 많이 오지만 그녀들의 오리지널 얼굴은 수술전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한 첫딸을 낳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수정 잘 된 사진으로 시집을 잘 갈 수도 있었다. 요즘엔 요술상자 컴퓨터의 발달로 얼굴수술은 컴퓨터 안에서 완벽하게 비추어진다. 완전히 딴사람을 만드는 시대가 왔다. 거기다가 의사들은 주문대로 작품들을 제작해주니 어릴 적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면 어떻게 생겼던 사람인지 알 길이 없으니 궁금증으로 끙끙대며 살길밖에 없겠다. 미국노인들은 사진을 찍어도 주름살 펴다오, 점들 좀 빼다오 주문이 없다. 사진이란 있는 대로 보이는 거란 개념이 머리에 들어있다. 수정하던 사진도 모자라 컴퓨터로 완전히 제작을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사진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자고 나면 변하는 대학의 발달에 가끔은 등골이 오싹해지지만 더 예뻐지고 싶은 여인들의 욕망도 끝이 없을 터이니 다음 세기쯤에는 어떤 휘황찬란한 일들이 현실로 다가올지 생각만 해도 어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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