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 세이버스’ 사탕 공장 캐나다로 이전 발표
가운데 구멍이 뚫린 5색의 동그란 ‘라이프 세이버즈’ 사탕은 미국의 일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탕을 먹지 않고 큰 미국 아이가 거의 없고, 해외 파병된 미군들에게 지급되는 레이션 박스에 어김없이 들어있던 이 사탕은 어른들에겐 오랫동안 기억될 어린 시절 추억의 한 조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시간주 홀랜드에서 매년 460억개의 사탕을 생산해온 라이프 세이버즈 공장은 더 이상 미국에 남아있지 않게 됐다. 이 공장을 인수한 크래프트 푸즈사가 사탕 재료의 95%를 차지하는 설탕 값이 반값이고, 또한 노동조합 의무조항이 없는 캐나다로 공장을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이동 결정으로 시간당 15달러50센트의 보수를 받는 조합원 노동자 6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지난 35년 동안 라이프 세이버즈 공장은 이곳 홀랜드시와 지역 주민 11만5,000명에게 경제적 안정의 상징이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사무용 가구 공장이나 자동차 실내부품 공장들과 달리 주기적인 해고도 없고, 보수 및 각종 혜택 등 근무조건이 좋아 평생 직장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직원들은 친척들을 취직시키기 위해 로비하는 경우가 많았고, 집안에서 2명 이상이 라이프 세이버즈의 월급을 받는 가족도 꽤 많다. 브래드와 브렌다 모리스 가족의 경우, 라이프 세이버즈에 취직한 식구들이 일한 햇수를 모두 합치면 105년에 이른다.
그런 라이프 세이버즈의 공장 폐쇄는 앨버트 맥기한 시장을 비롯한 시 간부들에게 국제 경제의 냉혹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뼈아픈 교훈이 되고 있다. 지역 기업체를 위한 정책 마련에 힘썼지만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는 외적인 요인들에 밀려 시의 주요 세수이자 상징을 잃게 된 것이다.
맥기한 시장은 "공장은 우리 도시의 아이콘이었다"면서 "지난 35년간 모든 라이프 세이버즈 사탕은 이곳 홀랜드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취직한 스탠과 샐리 리와 부부는 롤리팝 부서에서 나란히 일하다가 사랑에 빠졌다. 샐리(38)는 두 아이를 낳으면서 일을 계속 했고, 스탠(42)은 직장에서 낚시와 사냥을 함께 즐길 평생 친구들을 만났다. 리와 부부는 이 사탕 공장에서 정년 퇴직할 것을 꿈꿔왔다. 스탠은 좋은 보수뿐만 아니라 라이프 세이버즈 사탕을 먹는 사람을 볼 때마다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공장 분위기도 몇 년 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이 비용절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연방 반독점 조종관들은 나비스코사가 크래프트 푸즈사에 공장을 팔기 전 ‘버블 얌’과 라이프 세이버즈의 입 냄새 제거 민트를 처분할 것을 요구했다. ‘알토이즈’를 소유한 크래프트사가 민트 시장을 독점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80명이 해고됐고, 공장의 일부 시설이 놀게 됐다. 2000년 12월 공장을 인수한 크래프트사는 앞으로 7년간 생산비용을 1파운드 당 1.28달러에서 95센트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시 당국은 공장의 이전을 막기 위해 연간 10만달러의 전기료를 삭감해 주었고, 주 정부 역시 향후 15년간 2,550만달러의 세금을 삭감해 주겠다고 나섰지만 일부 공장시설을 놀리는 데서 오는 손해를 보전하기에는 부족했다. 마침내 크래프트사는 1월7일 공장폐쇄를 선언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근교 마운트 로열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마운트 로열의 시간당 임금은 홀랜드보다 3달러 싼 12.50달러. 게다가 의료보험도 캐나다 정부에서 보조해 주기 때문에 크래프트사는 연간 650만 달러를 절감하게 된다. 하지만 노동자들과 시 당국은 이번 사태의 결정적인 원인은 미국 사탕무 및 사탕수수 농장들을 보호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연방관세 및 무역쿼타, 그리고 대출제도에 있다고 확신한다. 이들 정책 때문에 미국 내 설탕가격이 국제 시세인 파운드당 6센트의 3배가 넘는 파운드당 21센트로 높게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매일 113톤의 설탕을 소비하는 라이프 세이버즈에게는 엄청난 차이다.
졸지에 직장을 잃게 된 스탠 리와는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으리라 애써 낙관하고 있고, 중년의 나이에 병원 조수로 전직을 고려하는 아내 샐리는 스트레스성 두통을 얻었다. 그녀는 기업이 비용을 절감할 권리는 있지만 라이프 세이버즈의 경우는 특히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사탕이 미국에서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슬프다"면서 "더 이상 라이프 세이버즈 사탕을 사먹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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